◎양악작곡가 11명이나 참가/구본우 작품 환상적 음향 충격국립국악원이 창작음악발표회로 「새 가락 삼일야(三日夜)」를 마련, 4∼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악·양악 작곡가 14명에게 위촉한 신작을 초연했다. 양악작곡가가 11명이나 됐다. 국립국악원이 이렇게 많은 양악작곡가에게 한꺼번에 작품을 위촉해 연주하기는 처음이다. 국악·양악의 이분법을 떠나 새로운 한국음악을 탐색하려는 과감한 시도로 높이 평가할만 하다. 첫 날 실내악(5곡), 둘째날 독주곡(6곡), 셋째날 관현악(3곡)으로 나눠 장르별 전문성을 살린 짜임새있는 기획도 돋보였다.
몇 개의 좋은 작품이 나왔다. 구본우의 「보카키우사와 멜리스마의 노래」, 김대성의 「6인의 주자를 위한 들바람」, 최승준의 「가야금과 장고를 위한 세 개의 단편」을 꼽을 수 있겠다. 특히 「보카키우사…」는 완전히 새로운 음향의 환상적인 작품으로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줬다. 대금 가야금 단소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 클라리넷을 하나씩 넣고 전통가곡 창법으로 아에이오우 모음만 쓰거나 입을 다물고 노래(가창 이준아)하는 것인데 기존 국악창작곡의 관념을 뛰어넘는 현대음악이었다. 뚜껑을 떼어낸 피아노의 잔향과 여러 악기, 인성의 어울림이 빚어내는 긴장감과 신비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번 「새 가락 삼일야」는 답답하고 진부한 음악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부 국악작곡가와 연주가들에게 타성과 안일함을 질타하는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국악 대중화·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양산돼온 감각적이고 소비적인 음악들이 과연 예술적 완성도 면에서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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