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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카드보안 구멍 뚫렸다/카드원본없이 마그네틱선 위조 억대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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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카드보안 구멍 뚫렸다/카드원본없이 마그네틱선 위조 억대 인출

입력
1998.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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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계좌번호만 알아내면 쉽게 만들어/PIN패드 설치·입력정보 다양화 등 시급은행 현금카드의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 카드를 잃어버리거나 빌려준 적이 없는데도 위조카드가 만들어져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일반인들은 자기 계좌의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고 금융기관들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통장의 돈이 빠져나간다

A은행 고객 K모씨는 최근 자신의 통장잔액이 수백만원이나 부족한 것을 발견했다. 알고보니 현금인출기를 통해 돈이 빠져나갔다. 현금카드를 잃어버린 적도 남에게 빌려준 적도 없었던 K씨는 은행을 통해 현금인출기의 기록을 확인해보고 더욱 놀랐다. 돈을 빼내는데 사용된 카드는 자신의 A은행카드가 아니라 이미 분실신고돼 사용이 불가능한 다른 사람의 B은행카드였다.

현재의 금융시스템상 이런 일이 발생하기는 어렵지 않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말이다. 고객이 은행이나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을 때 누군가가 뒤에 서서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버린 거래명세표를 통해 계좌번호까지 입수한다. 컴퓨터와 위조기계를 사용, 다른 은행카드나 공(空)카드의 자기 띠(마그네틱선)에 고객의 계좌정보를 입력한 뒤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내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주말 이렇게 해서 6,000여만원을 훔진 조모씨(36) 등 2명을 붙잡았다. 현재까지 은행감독원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A은행뿐 아니라 H, J은행 등에 걸쳐 12건, 1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은행측은 은행직원이 계좌정보를 누설한 것이 아니라면 피해를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객·은행 모두 대비해야

과거 위조범들은 주로 카드소지자가 대금결제나 사채할인을 위해 카드를 맡긴 사이 이를 복제했다. 위조대상도 사용시 비밀번호가 필요없는 신용카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소유자의 카드원본없이 은행현금카드를 손쉽게 위조해내는 사례들이 최근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쉽게 위조가 가능한 것은 현금카드의 자기띠에 담긴 정보 가운데 개인별로 차별화한 내용이라곤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두가지뿐이기 때문이다. 은행감독원은 최근 각 은행에 공문을 보내 이같은 사례의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현금카드의 입력정보를 다양화하고 현금인출시 발급하는 거래명세표에 계좌번호의 일부만 적히도록 하는 등 방안을 마련중이다. A은행은 내년초까지 전 창구에 「PIN패드」를 설치하기로 했다. PIN패드는 고객이 창구직원에게 비밀번호를 적어내지 않고 은행 중앙컴퓨터와 연결된 소형단말기에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장치. 입력기가 작아 뒷사람이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고 창구직원도 비밀번호를 알 수 없다. 은행들은 고객들이 불편해하고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지금까지는 설치를 꺼려왔다. 한 시중은행 전산정보부장은 『고객들로서도 돈을 인출할때 비밀번호나 계좌번호가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김준형·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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