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공연 ‘카르멘’ 완성도 높은 무대/티켓 판매 호조 ‘만년적자’ 통념 깰듯예술의전당과 민간오페라단이 공동기획·제작한 오페라 페스티벌이 순조롭게 출발했다. 한 달 가까이 세 편의 오페라(카르멘 리골레토 라보엠)를 번갈아 무대에 올리는 한국 오페라 사상 초유의 모험은 개막공연인 5일 「카르멘」에서 성공을 예감케 했다. 세련되고 잘 다듬어진 오케스트라(임헌정 지휘 부천필), 기존 무대와 달리 극적인 과장을 피하고 정제된 연출(김석만), 신인들의 열연에 힘입어 새롭고 완성도 높은 「카르멘」이 태어났다.
카르멘역의 중견성악가 김현주는 우리나라 역대 카르멘이 보여줬던 메조소프라노 특유의 너무 짙은 관능적 향기를 순화했다. 이는 연출의도에 따른 것이다. 징그러울만치 농염하고 강렬한 카르멘에 익숙한 관객으로서는 다소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신선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철저한 공개오디션으로 과감하게 신인을 발탁함으로써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으나 개막공연은 일단 안심할만 했다.
남자주인공 돈호세의 테너 김재형은 안정감있게 역량을 펼쳐 보였다. 올해 성악계의 신인왕을 뽑는다면 김재형이 될 것이다. 오페라 가뭄으로 무대 구경도 힘들어진 상황에서 「호프만이야기」(서울시립오페라단), 「코지판투테」(예술의전당)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세 편의 주역을 훌륭하게 해냈고 최근 뮌헨국제콩쿠르에서 2등을 차지했다. 조역 중 최신자(프리스키타), 최석길(모랄레스) 김영록(즈니가)의 열연도 마음 든든했다. 합창도 칭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오페라 페스티벌의 순항을 예고하는 징후가 또 있다. 표가 잘 팔린다는 점이다. 적자를 면하려면 2억3,000만원 어치는 팔려야 하는데 개막일 현재 1억7,000만원을 기록, 이런 추세라면 흑자가 예상된다.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 다른 요일보다 싸게 매긴 화요일 표(7,000∼3만원)는 개막 5일 전 매진됐다. 오페라는 만성적자에 손님도 없다는 통념이 깨질 가능성이 보인다. 오페라 페스티벌은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계속된다. 화목토 오후7시30분, 일 오후3시30분. 1만∼6만원. (02)7610300<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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