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의원 “驛名 바꿔라” 요구에/르몽드더타임스 찬반 논쟁『역사(歷史)를 역사(驛舍) 이름으로 쓰지 마라』
프랑스의 한 의원이 영국 런던의 워털루 역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보복하겠다는 서한을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에게 보내고, 양국 언론이 서로 역성을 드는 등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런던의 관문인 워털루 역은 1815년 영국군이 나폴레옹을 몰락의 길로 이끈 워털루전투의 승리를 기념해 붙인 이름. 현재 해저로 영불해협을 잇는 유로스타(TGV) 열차노선의 영국쪽 시발역이다.
프랑스 우파인 공화국연합(RPR)당의 중진인 플로랑 롱그페 파리시 의원은 최근 블레어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양국 협력관계의 상징인 영불 해저터널을 건너 워털루역에 들어설 때마다 프랑스 국민들은 불쾌감을 느낀다. 유럽통합 시대를 맞아 이름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며 개명(改名)을 촉구했다.
그는 영국이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유로스타 열차의 프랑스쪽 시발역인 가르 뒤 노르 역의 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1745년 루이15세의 프랑스군이 삭스 원수의 영국군을 대파한 지명을 따서 퐁테노이역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영국정부측은 공식반응을 자제했으나 언론쪽이 국민정서를 의식, 시비를 가리고 나섰다. 영국의 최고 권위지 더 타임스는 6일자 사설에서 『파리의 지하철역 이름에도 자국에게는 영광, 패전국에게는 수치를 의미하는 것들 투성이』라며 이런 요구가 되풀이된다면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역시 프랑스 최고 권위지인 르몽드가 되받아쳤다. 이 신문은 「워털루, 음침한 역」이라는 제목의 7일자 칼럼에서 『워털루란 사실 얼마나 불쾌한 이름인가. 용감한 기사 롱그페 의원이 야유와 조롱을 받아가면서도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그의 주장을 두둔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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