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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대충대충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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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대충대충 증후군’

입력
1998.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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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식 회의 진행/답변도 거의 맹물수준/피감기관 억지로 선정/일정 빡빡하게 짜여져국회 국정감사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각 감사장에 「빨리빨리, 대충대충」 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 초기에는 정치공세·말싸움 등으로 물의를 빚던 의원들이 피감기관의 성실한 답변 유도를 스스로 포기한 채 속전속결식으로 회의종료를 서두르는가 하면, 현장 추궁이 가능한 사안도 알맹이 없는 「추후 서면답변」요구로 대체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따라 수감기관의 답변도 대부분 맹물일색이다.

국방위는 3일 국방과학연구소 감사에서 소장의 공개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서면답변서만 제출받고 곧바로 병무청으로 이동했다. 당초 이틀에 나눠 실시키로 계획된 두 기관 감사를 무리하게 하루에 묶어서 했기 때문이다.

6일 건설교통위의 한국고속철도공단 감사는 「돌발사태」로 기관장 답변이 한시간 가량 연장된 경우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된 기관장 답변은 한 시간도 안 돼 끝나고 위원장은 회의 종료를 선언하려 했다. 그 순간, 밖에 나가 있던 한 의원이 들어와 『답변을 못 들었다』며 반발하는 바람에 대부분 의원들이 짜증스러워하는 분위기속에 답변이 1시간 가량 길어졌다.

교육위의 5일 부산·울산·경남교육청 감사는, 다음날 제주교육청 감사를 이유로 의원들이 일찍 자리를 떠야 했기 때문에 부산과 울산 교육감은 답변 마이크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같은날 문화관광위의 대전 KBS 감사 역시 문화재관리국 감사를 위해 한시간만에 끝났는데, 문화재 관리국 감사도 다음날 경주 일정(국립중앙박물관 등)을 이유로 질의·응답이 중간에 생략됐다.

이같이 국감이 속결되는 이유는 각 상임위가 외유목적을 포함해 불필요하게 피감기관들을 선정,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져 있는데다 많은 의원들이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해 효율적으로 현장 답변을 유도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5일 행정자치위의 국민연금관리공단 감사는, 기관장과 실무진의 업무파악 미숙과 답변 준비 소홀 등으로 위원장이 『더 들을 필요 없다』며 일찌감치 다음 상임위에서 재론키로 결론지은 경우다.

한 국회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백화점 나열식 국감으로는 시간을 오래 끌어봤자 내실을 기할 수 없다는 점을 의원들도 인식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는 상임위의 연중활동을 전제로 국감이 종합감사 형식이 돼야 의원들의 열의와 회의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권 교체 후 첫 국감이라 여야 모두에게 공격 목표가 다소 애매한 것도 의원들의 감투정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김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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