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여야 영수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정치정상화를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정치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유별난 것은 새 정권출범 이후의 정치전개가 그만큼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은 정권교체이후 실질적인 여야 영수간의 첫 단독대면으로 그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 뒤늦긴 했으나 이제라도 대통령과 야당총재가 대화의 정치를 펴는 모습은 어려운 시대를 견디는 국민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돌이켜 보면 총리인준 문제에서부터 꼬이기만 한 여야관계는 소모적이고도 파괴적인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개혁의 과제 앞에서 정치사정은 불가피했으나 이는 과거정리라는 성격을 벗어날 수 없었다. 국세청모금사건이나 판문점총격요청사건 같은 전정권의 문제들을 다루는 것은 바로 현 야당을 향한 공격과 동일시 됐다. 그 사이 여소야대를 뒤집으려는 여권의 시도는 야당파괴 논란과 맞물려 여야의 강경대치로 이어져 왔다. 경제난과 사회불안이 그 어느때보다 효율적인 정치를 요구했으나 정치는 불구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대치의 장기화는 유형 무형의 부작용을 낳았다. 영수회담이 필요하다는 두 사람의 인식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만큼 회담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과 건설적인 여야관계의 발전을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 당장의 정기국회가 예산안 실업문제 남북관계 청문회 등의 국정현안을 생산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여야총재가 8개월만에 만나는 자리이고 서로 해소해야 할 쟁점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서 야당총재에게 줄 수 있는 딱부러진 「선물」은 있을 것같지 않다. 사정수사대상 의원들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있을 수 있겠으나 차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여야간에 새로운 정치의 룰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까지 여야의 정쟁을 보면 마치 선거중의 싸움을 벌이는 듯한 심리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권교체로 야당이 집권한 민주적 정부라는 배경, 무엇보다도 국난탈출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 동반자로서의 선진적 여야관계는 절실할 뿐 아니라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국민들 사이에 정치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묻을 것은 묻고 감정을 털어내 상대를 인정하는 건강한 관계를 과시하는 회담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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