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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장애 최민씨 美 운전면허 국내면허 바꾸기 ‘좌절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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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장애 최민씨 美 운전면허 국내면허 바꾸기 ‘좌절과 분노’

입력
1998.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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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의 높은벽 이럴수 있나요”/美서 20개월 각고끝 취득/정상인 못지않은 운전실력/한국서 적성검사부터 낙방/매년 渡美 면허갱신할판소아마비 1급장애인 최민(崔民·39·서울 종로구)씨는 미국에서 취득한 운전면허증을 국내면허로 바꾸기 위해 최근 서울의 한 면허시험장을 찾았다가 심한 좌절감을 느꼈다. 적성검사에서 핸들조작을 비롯한 정상적인 운전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 유학시절 정상인 못지않게 운전을 했던 최씨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92년 초 미국 유학길에 오른 데는 공부외에 운전면허 취득 목적도 컸다. 주위 도움 없이는 단 1m도 움직이지 못해 운전면허증은 필수적인 것이었지만 국내에는 면허를 딸 수 있는 학원도 장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씨는 93년 뉴욕 근교 장애인 전문학원을 찾아 운전연습을 시작하려다가 전동휠체어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이 많아 면허취득을 졸업이후로 늦췄다. 96년 2월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장애인 운전연습 차량과 시설을 보유한 곳을 찾아다니며 본격적인 운전연습에 나섰다.

첫 관문은 신체검사인 근육검사. 운전을 위해 사용가능한 근육과 힘 등을 파악해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른 안전하고 편리한 운전 방식을 터득해야 했다.

두 다리와 왼쪽 팔(손목 제외)을 못쓰는 데다 오른팔의 근력도 정상인의 25%에 불과해 일반인용으로 나온 파워핸들과 기어 변속기를 개조했다. 잇단 차량고장 등 난관이 이어졌지만 6차례의 실패끝에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가 인증하는 운전면허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운전면허 도전에 나선 지 20개월만이었고 그간 학원료(시간당 250달러)등 연습경비만 줄잡아 1만여달러가 들었다.

그러나 국내에 돌아온 최씨는 변하지 않은 장애인에 대한 높은 장벽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는 미니밴을 개조한 장애인용 차량을 타고 다니지만 국내면허증을 얻지 못해 매년 한 차례씩 도미(渡美), 국제면허증을 갱신해야 할 처지다. 국내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차량기술의 진보수준을 전혀 고려치 않고 핸들조작력 등 장애인의 면허적성검사기준을 정상인 기준에 맞춰 놓아 국내면허증을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나와 똑같은 문제로 면허증을 바꾸지 못해 좌절해야 했던 한 장애인이 있었고 그가 면허당국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당국은 상부기관에 이같은 내용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며 당국의 무사안일과 행정편의주의에 분통을 터뜨렸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경찰청에 내고 법적대응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국사학과 78학번인 최씨는 87년 제헌의회(CA)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7년형을 선고받는 등 사회·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도미직전에는 한국장애인연맹(Disabled Peoples International)에서 장애인 인권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강남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6일 한국장애인연맹 조직강화 담당이사에 임명됐다. 최씨는『이 일은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장애인들의 인권과 직결된 일』이라며 『인권운동의 하나로 장애인의 법적·제도적 지위확보와 사회의식의 전환을 위해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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