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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변화와 우리의 선택/朴虎聲 서강대 교수·정치사상(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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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변화와 우리의 선택/朴虎聲 서강대 교수·정치사상(한국시론)

입력
1998.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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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18세기는 신앙, 학문과 사상, 사유재산 등에 대한 개인적 자유를 기본 원칙으로 삼는 「인권의 시대」라 할 수 있고, 19세기는 특히 보통선거권을 실현시킨 「정치적 권리의 시대」, 20세기는 사회복지를 큰 줄기로 하는 「사회적 권리의 시대」라 부를 수 있다.그러나 몰락한 공산권은 개인적 자유를 팽개친 「앵무새의 평등」을, 반면에 오늘날 자본주의권은 사회적 평등을 등한히 하는 「호랑이의 자유」를 구축하였다. 하나 70년대 초의 석유파동과 80년대 말의 소련및 동유럽 공산권의 붕괴를 커다란 분기점으로 삼아 세계는 급격하게 보수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보수주의는 한마디로 현존 질서체계를 유지함으로써 사회적 이득을 지속적으로 향유할 수있다고 믿는 계급이나 집단의 자기방어 이념이라 할 수있다. 73∼74년의 석유파동은 미국과 서유럽을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그리하여 이들 국가들에서 물가가 치솟고 구매력이 줄어들며 소비가 위축되는 등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드디어 80년대에는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는 불황과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사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사회복지비용의 삭감, 노동운동의 억압 등으로 특징지워지는 소위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을 채택함으로써 보수적 공세를 강화하였다. 이른바 정치적 「신보수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셈이다.

이러한 보수화의 바람은 전 유럽으로 파급되었다. 물론 상대적 진보를 구현하고있던 사회민주당 역시 뚜렷이 퇴각하기 시작하였다.

예컨대 77년에서 82년사이에 영국 서독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그리고 덴마크의 사민당이 모두 선거에서 참패하였다.

그러나 현재 괄목할 만한 변화의 꿈틀거림이 다시 거세게 일기 시작하고 있다. 영국에 이어 독일에서는 「신좌파」라 불리우는 사민당이 집권하게 되었다. 영국총리 토니 블레어가 독일 사민당의 집권을 『새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 축복하였으며, 프랑스뿐만 아니라 러시아 공산당에서까지 굳은 연대를 표명하는 환영의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좌파는 현재 유럽연합(EU) 15국중 13개국에서 집권에 성공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어차피 우리나라의 보수주의는 수호해야 할 이념을 지니지 못하고있다. 또한 이들 보수세력의 무이념은 정치집단의 이합집산을 이념과 노선의 차이가 아니라 인맥의 얽히고 설킴에 내맡기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요령주의와 기회주의가 널리 퍼지고 국민들의 도덕적 황폐화가 야기되었다.

한국의 21세기는 한마디로 「참여」와 「복지」와 「통일」의 세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정치적 평등을 겨냥하는 「시민참여」와 사회적·경제적 평등을 지향하는 「국민복지」의 확대로 「민족통일」을 실현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요컨대 사회의 민주화, 경제의 민주화로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공무원은 공무원으로서, 대학생은 대학생으로서, 노동자는 노동자로서, 사무직원은 사무직원으로, 당원은 당원으로서, 그리고 시민은 시민으로서, 각자가 몸담고 있는 학원, 공장, 기업체, 정당이나 기관, 지역 등지에서 사소한 생활주변의 문제로부터 크게는 그 조직의 진로, 조건, 운영, 또는 경영, 장(長)의 선출 등에 이르기까지를 더불어 결정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의 직접적인 동참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요컨대 아랫사람들의 목소리가 보다 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위로부터의 국가의 개입과 아래로부터의 사회의 참여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국민의 정부는 양민의 정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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