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적은데로 옮겨다니는 삶이 재밌죠”/말보단 소리·몸짓 등 이용/‘자연과 더불어사는 삶’ 담아MBC미술센터 부장에서 CF제작사 대표, 다시 무대미술가. 이제 극작·연출가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윤정섭(48·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씨. 그는 연극판에서 잘 나가는 무대미술가로 꼽힌다. 그리고 광고계에선 애니메이션광고를 만든 제작자로 알려져 있고 MBC는 윤씨가 16년간 몸담은 고향같은 곳이다.
그런 그가 6일부터 3일간(6일 오후 7시30분, 7일 오후 3시 7시30분, 8일 오후 3시) 연극원의 정기공연으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올리는 「무거운 물」의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물론 처음 해보는 작업이다.
변신? 윤씨에겐 가당찮은 말이다. 그는 96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로 뽑혀 무대용 미술작품들을 모아 놓고 전시회를 가진 적이 있다. 이 때 그는 전시공간을 목욕탕으로 꾸며 관람객들을 씻겨 내보내는 하나의 설치미술을 구상했다. 『그 전시회나 이번 공연이나 똑같아요. 미술가니 연출가니 하는 구분이 왜 필요합니까? 중요한 건 「무엇을 말하는가」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저 작가입니다』
윤씨의 예술, 그 내용은 「사람」이다. 그저 사람이 좋아 드라마 곁에 있었고 연극판으로 나왔다. 연극원교수를 방송사에서 불러온다고, 무대미술이나 하는 이를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의 작가」로 선정한다고 주변에선 말이 많았지만 그는 자유롭다. 내후년 안식년에는 인형극을 공부할 계획이다. 『돈 많은 곳에서 돈이 적은 곳으로 옮겨 다니는 삶이 재미있다』고 그는 말한다.
윤씨는 언어에 관심이 적다. 아니 언어가 본질을 왜곡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는 조각을 전공(서울대 미대)했고 말 아닌 다른 것으로 표현하는데 익숙하다. 이번 작품 「무거운 물」도 12곡의 「소리」와 새떼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연 55분동안 음향이 약 24분인데 이를 위해 윤씨는 여름 내내 음향감독 김벌래씨와 스튜디오에서 지냈다.
「무거운 물」은 오염으로 죽음의 물이 된 시화호에서 착상했다. 윤씨는 이 희곡을 대사 대신 그래픽으로 썼다. 무대 가운데 물 위로 새들은 여행하고 욕망 권력 무지등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상징하는 여자 노인 아비 어미가 새들의 여행을 방해한다. 30명의 연기과 학생들은 윤씨와 함께 새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개막 전 1주일동안 찬 물에서 연습을 했다. 그렇게 해서 담고 싶은 이야기는 『단정하게 살자』는 것이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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