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이 한창 진행중인 요즘 한 교육잡지에 「8판 시리즈」가 실려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얼마전 한 교육전문가가 소개해 화제를 불렀던 「열린교육 4판」의 증보판인 이 시리즈는 ▲교장은 「죽을 판」:교장의 권위는 간데없고 모든 부정의 핵심인양 책임만 강요당한다 ▲교감은 「떡판」:권한은 없으면서 교장,교사,학부모들로부터 두들겨 맞기만 한다 ▲교사는 「이판사판」:새로 업무는 늘어나는데다 촌지의 원흉으로 지목돼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고 정년문제만 나오면 비난의 대상이 돼 손을 놓고 있다 ▲학부모는 「살판」: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이 강화되고 교육정책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 학부모들만 신바람이 났다 ▲교실은 「난장판」:열린교육을 한다며 교실마다 학습코너를 꾸며놓아 어수선하다 ▲학생은 「개판」:체벌이 금지되고 정학 퇴학 등의 징계제도가 없어진데다 비행으로 쫓겨났던 학생들까지 복교해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다 ▲전문직은 「철판」:교육부의 지시가 학교현장에 맞지 않는 줄 알면서도 밀어붙이기의 선봉에 서 있다 ▲일반직은 「살얼음판」:봉급삭감에다 구조조정으로 언제 실직자가 될 지 몰라 조마조마하다는 등 내용이다.
교육개혁에 대한 교사들의 불편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낸 8판 시리즈를 읽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씁쓸함을 느낄 것이다. 교사는 가장 존경받아온 직종이고 우리나라가 이만큼 경제성장을 이룬데는 교육자들의 공로가 컸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조적인 교직 분위기에 대해 혹자는 거세게 몰아치는 교육개혁 과정에서 교직자들이 기존의 권위와 권익을 손상당한데 기인한다고 해석한다.
또 성직(聖職)으로 보호받던 울타리가 개혁과정에서 무너져 허탈감에서 온 현상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공공부문 전반의 개혁이 미진한 가운데 유독 교단에만 가혹한 개혁의 찬바람이 불어닥친데 따른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고 애정어린 분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교직분위기에 대해 학부모단체들의 반응은 좀 다르다. 학부모단체는 교육개혁의 주체가 돼야 할 일부 교사들이 뚜렷한 대안도 없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이해관계에 얽매여 반개혁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교원정년단축, 학생의 담임선택권, 학부모에 의한 교사평가제, 수행평가제 도입 등은 교직 풍토를 쇄신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과제인데도 교사들이 이해관계 때문에 교육개혁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참교육시민모임도 『교총이 귀족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보수적인 발상을 하고 있다』며 교총도 개혁에 동참하라고 주장한다. 교육부도 전혀 예상못한 상황은 아니지만 교직자들의 조직적인 반발과 집단행동에 대해 당혹해 하는 것 같다.
교육부 등이 내놓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교육개혁은 더 미룰수 없는 국민적 요구로 확인됐다. 최근 현안이 된 정년단축 문제도 교사들을 제외한 모든 집단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음이 여론조사등에서 확인됐다. 개혁적인 새 대입제도 등도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공감을 얻고 있다.
개혁은 기존의 권위와 권익의 포기를 강요하기 때문에 역풍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의 교육현장에 형성된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우리사회는 구조조정 등 개혁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들은 교직자들도 살을 깎는 아픔을 참고 개혁에 동참하길 바라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