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각대학 입시요강이 발표됐다. 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 114개 대학으로부터 제출받아 비교분석한 자료를 훑어보면 거의 모든 대학이 무시험 전형을 택하고, 교과성적 이외에 수험생의 인성과 적성·지도력·수상실적·자기추천서 등을 전형에 활용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금 중학교 3학년생이 대학에 가는 2002년부터 서울대 입시에서 일체의 지필고사를 폐지하고 학생부 기록을 중심으로 전형하도록 한데 영향을 받은 것이다.새 입시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커트라인 없는 입시라는 점이다. 단 한번의 지필고사 성적을 소수점 이하까지 따져 전형하던 제도가 수험생의 인성·소질·능력 등을 참고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은 우리 교육 100년사에 처음 맞는 혁명적 변혁이다. 이제는 더 이상 공부벌레, 시험선수가 되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점에서 학교교육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학생선발의 재량권을 통째로 위임받은 각 대학이 얼마나 공정하고 타당하게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성적순으로 자르는 종래의 방식에 비해 선발자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새 제도는 분쟁의 소지를 안고있다. 인성과 지도성등의 우열을 가리는 기준에서 특정영역 성적의 우선순위에 이르기까지 선발기준의 보편타당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전형방법을 적용하려면 충분한 인력확보와 전형방법의 연찬도 필요할 것이다.
더욱 큰 과제는 고교측이 지게 된다. 교과성적 이외에 학생들의 인성평가가 대입전형의 중요 요소로 등장하게 되므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용할 수 있는 통일된 평가기준과 방식이 개발되어야 한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내년 신학기부터 시행될 수행평가 모델의 개발이다. 수행평가란 시험성적이외에 학습준비도·참여도·성취도 등을 종합평가하는 방식이어서 세밀한 관찰과 검열과 확인이 필요하다. 교사의 업무량이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교사도 많다. 학급당 인원이 50명이 넘고, 한 과목 교사가 보통 500여명을 담당하고 있는 대도시 학교 사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은 최근 고교 1년 공통 필수 10과목의 평가지침서 마련을 위해 연구에 착수했고, 오는 겨울방학중 고교 1학년 담당교사들을 상대로 연수를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학과 고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의 발상전환과 함께 교육당국의 빈틈없는 대책이 뒤따라야 새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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