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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의 ‘가족시네마’/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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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의 ‘가족시네마’/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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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전 일본 도쿄의 한 극장이 「중국영화 주간」을 마련하고 매일 다른 중국영화 한 편씩을 상영하고 있었다. 나는 그 일주일 동안 중국 「5세대 감독」으로 불리는 우티안밍이 감독하고 장이모가 주연한 「낡은 우물(老井)」등 세 편을 볼 수 있었다. 당시는 한중수교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라 국내에서는 중국영화를 볼 수 없었다. 세 편이나 본 것은 「금기」라는 상황이 보고싶은 욕구를 더 충동질했고, 얼마간의 문화적 허영심도 작용했을 것같다.■그 뒤 수교가 이뤄지고 중국영화도 국내에서 상영되기 시작했다. 「붉은 수수밭」 「패왕별희」같이 중국적 빛깔이 선명한 영화는 인기가 있었으나, 대부분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금기는 호기심을 증폭시키지만, 개방하면 신비감이 사라진다. 중국영화의 이념성에 대한 우려도 별다른 부작용을 남기지 않고 극복되었다. 마침내 일본영화의 첫 국내상영일이 정해졌다. 일본배우가 주연한 일본어영화 「가족시네마」가 28일부터 전국에서 상영된다.

■일본영화에서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성(性)과 폭력의 범람이다. 「드래곤 볼」 「짱구는 못말려」같은 어린이 대상의 애니메이션과 만화조차 수시로 성과 폭력을 등장시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영화수입을 심의추천하는 과정에 이런 요소가 제대로 걸러질지 걱정이다. 「가족시네마」는 재일교포2세 작가 유미리의 자전적 소설을 한국의 박철수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만든 한일합작품이다.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이 소설은 재일교포 소녀가 가족사이의 갈등과 아픔을 통해 인간실존에 눈떠가는 자전적 내용이다. 『방황하는 존재로 남기 위해 한국국적을 지키겠다』는 유미리의 아픔과 상처를 징검다리 삼아 일본영화가 국내에 첫발을 딛는다는 점이 다행스럽고 안도감을 준다. 일본문화가 이미 국내에 깊이 침투해 있더라도, 아직 많은 사람은 일본영화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일본영화에 대한 신비화나 과열은 자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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