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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살리기/윤석민 뉴욕(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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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살리기/윤석민 뉴욕(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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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대공황 때의 일이다. 미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는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의 임무는 전국 각지를 돌며 생생한 삶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 승리의 현장에서부터 때로는 피곤에 지친 군상들의 좌절한 모습들이 앵글 속에 고스란히 들어왔다.글쓰는 작가들에게도 일은 주어졌다. 정부의 각종 기록물과 문헌이 이들의 손에 의해 속속 정리됐다. 그중 한 업적으로 꼽히는 것이 전국 각지의 관광안내책자들이다. 후손들에게 좋은 여행지침서를 남기고 레저산업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발전에도 기여하자는 것이다. 이를 주관한 정부 부처는 뉴딜 정책시행청인 공공사업국(WPA)이었다.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를 창출, 소득· 소비를 늘림으로써 경기를 부양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한시적 기구였다. 1935∼43년까지 8년간 활동하며 104만여㎞에 달하는 도로와 11만6,000채의 공공 건물, 7만8,000개의 교량, 8,000곳의 공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펼쳤다. 이를 통해 구제된 실업자수는 연 850만명.

이중에서도 WPA가 역점을 둔 사업은 문화예술 분야였다. 불경기시 당장 배를 곯아야 하는 문화예술인들의 호구책도 문제였지만 그보다는 실의에 빠진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이 시급했던 때문이다. 군대에서 위문공연을 담당하는 「문화선전대(문선대)」의 역을 생각하면 좋을 듯 싶다. 정부에 「고용」된 아티스트들의 손에 의해 불황의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감돌던 회색의 도시가 밝게 채색되고 먼지 쌓인 무대에서는 흥겨운 가락과 율동이 다시 펼쳐졌다. 삭막한 국민들의 마음 속에 새로운 희망과 열정을 싹틔울 토양이 마련됐다. 문화는 정신세계를 살찌울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희망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고 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현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놓여 있다. 경기부양책을 준비하는 정부가 국민의 기(氣)를 살리고 흥을 돋울 수 있는 많은 시책들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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