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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경협 앞으로의 할일/林源赫 KDI 연구위원(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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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경협 앞으로의 할일/林源赫 KDI 연구위원(한국시론)

입력
1998.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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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마련된 공존의 장 기존의 화해정책 계속 추구 민간 역량발휘 도와줘야”소 500마리를 북한에 수송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시작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차 방북은, 귀환 전날 북한 잠수정이 우리 어선에 발각된 사건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흐지부지 끝이 났다. 이에 반해 북한의 인공위성 시험발사 후 금강산 관광에 대한 반대의견이 표출되는 가운데 단행된 2차 방북은, 귀환 전날 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극적인 면담을 성사시켜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끝을 맺었다. 아마 정회장의 두 차례에 걸친 방북과 이에 따른 상이한 사태전개만큼 남북관계의 「변화무쌍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냉정을 되찾아 정회장의 방북과 방북을 전후해 일어난 일들에 대해 차분하게 평가를 해 봐야 한다.

우선 김정일이 위상이 격상된 국방위원장 취임 이후 첫 주요 외부인사로 정 회장 일행을 맞아 남북경협을 논의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의의를 갖는다고 판단된다. 첫째, 북한내 군부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실용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이다. 즉, 관광객을 위해 군항(軍港)인 장전항과 군사요새화한 금강산을 내 줘야 하느냐는 군부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경협을 추진해 온 조선아태평화위원회의 입장을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둘째, 정경분리 원칙하에서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에 북한측도 화답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김정일이 이처럼 남북경협에 대해 적극성과 유연성을 보이는 이유는 북한의 현 경제난을 타개하는 데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소련의 해체 이후 북한은 외부의 도움을 얻기 위해 세 가지 수단을 동원해 왔다.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부분적인 개방을 단행했고, 식량원조 등 인도적 차원의 국제지원에 호소했으며, 핵과 미사일 등 군사적 위협을 자제하는 대가로 보상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외자유치와 국제지원은 그 실적이 미흡했으며, 군사적 위협을 통한 흥정은 긴장을 고조시킬 뿐 아니라 외자유치와 국제지원에 악영항을 끼치는 부작용이 있었다. 물론 북한은 앞으로도 중유 및 경수로 제공, 그리고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재촉하는 수단으로 군사적 위협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또, 대량살상용 무기의 개발동결을 조건으로 북한경제 재건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대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아시아 경제위기의 여파로 수출 및 반출액이 25% 이상 격감하여 외화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마냥 강경노선을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따라서, 북한당국은 현대그룹처럼 투자위험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는 대기업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사시켜 남북경협을 활성화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북한당국의 의도를 볼때 정부는 우리 체제의 강점인 민간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기반을 조성하면서 기존의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남북한은 92년 1월 김우중 대우회장의 김일성 면담을 통해 형성된 남북경협 확대의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바 있다. 북한의 핵 개발 의혹 대두,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 대남비방방송 재개 등으로 인해 남북관계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김영삼 정부는 북한의 핵 개발 의혹 해소를 남북한간의 거의 모든 현안에 연계함으로써 남북대화와 교류의 통로를 스스로 차단하고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우를 범했다. 현 정부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민간차원의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정경분리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면서, 정부차원의 경제지원은 대량살상용 무기통제 협상과 병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북한측도 소모적인 대결을 지양하고 남북경협을 통해 공존공영을 모색하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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