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지들 특집 잇달아 다뤄/세기말적,감각적,욕망지향적… 日 대중문화 진출 첨병역할 수행/日 우수문학 주체적 수용통한 한국문학·문화 전반적 반성 필요『일본 대중문학은 일본 대중문화 진출의 첨병신세로 전락한 형국이다』
문학평론가 이경훈씨는 계간 「문학과 의식」가을호에 발표한 「어쩐지 파라노이악일본 대중문학의 한 증상 및 전개」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파라노이악은 편집병(偏執病)적이라는 뜻. 심원섭 연세대강사의 「최근의 일본문학 번역현황에 대하여」(문학과사회 40호)에 따르면 85년부터 지난 해 8월까지 번역된 일본소설은 1,876권. 양 자체가 많을뿐더러,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이 국내에 한 편도 번역되지 않은 사실을 생각하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일본문학을 편식해왔는가 알 수 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맞춰 일본 대중문학의 한국 진출문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일본문학은 대중문화와 달리 사실상 제한없이 소개돼왔다. 이씨의 말처럼 「폭력과 섹스」를 앞세운 대중문학이 대중문화 개방에 앞서 일본의 독특한 문화적 분위기를 한국문화 전반에 감염시킨 것은 분명하다. 대중문화 개방과 함께 전문독자를 상대로 제한적으로 소개돼온 일본 근·현대 시등의 소개도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민음사는 최근 「세계시인선」에 처음으로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등 일본시인 4명의 시선집을 한꺼번에 발간했다. 이같이 넘쳐나는 일본문학 소개에는 대중문화 개방에서 우려되는 것과 같은 문제는 없을까.
심씨는 『한국인들의 혐오감과 함께 열성적 독서열을 이끌어내는 근원인 일본문학은 이미 90년대 한국문화의 일부가 돼 있다』고 단언한다. 이제는 너무도 이름이 잘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무라카미 류(村上龍), 시마다 마사히코(島田雅彦), 야마다 에이미(山田詠美), 요시모토(吉本) 바나나등 젊은 작가들은 「세기말적」「무이념적」「해체적」「감각지향적」「육체·욕망지향적」등의 꼬리표를 달고 90년대중반 이후 집중소개됐다. 심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문단이나 출판계차원의 문제를 넘어선, 한국문화 전체의 거대한 움직임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훈씨는 젊은 일본작가들의 대중문학적 특징을 육체 팔기, 어리광 부리기, 감상적 잔인성·살기의 수사학으로 분석하고 『한국문학은 싸구려 일본문학에 반덤핑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편성을 갖춘 우수한 일본문학의 주체적 수용, 우수한 한국문학의 일본 소개와 친일문학을 포함한 식민지시대 한일 근대문학에 대한 성찰이 함께 이루어져야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 대중문학에 대한 반성은 한국문학과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반성과 연결된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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