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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격다짐 외교/이진희 국제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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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격다짐 외교/이진희 국제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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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반도는 1,2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곳이라 흔히 「세계의 화약고」로 불린다. 냉전이 끝난 91년에도 유고연방에 속해 있던 크로아티아가 연방의 맏형인 세르비아와 독립전쟁을 치렀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세르비아계와 회교도간의 분쟁으로 수십만명의 희생자를 냈다. 홀로코스트를 연상케 하는 「인종청소」란 끔찍한 말도 이때 나왔다. 다행히 탱크를 앞세운 미군주도의 평화이행군이 95년12월 이 곳에 진주하면서 총성은 멎었다. 그러나 탱크는 여지껏 떠나지 못하고 있다. 떠나는 순간 살육전은 재개될 것이다.발칸의 또다른 민족분쟁인 코소보 사태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습위협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다. 미국의 코소보 특사인 리처드 홀브룩이 「주먹」을 내보여 가까스로 밀로셰비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양보를 얻어낸 것이다.

그러나 탱크와 공습으로 밀어붙이는 미국의 「우격다짐 외교」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수 있을까.

홀브룩과 밀로셰비치가 마지막 담판을 벌이고 있을 때 크로아티아에서는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98미스월드 선발대회」에 참가할 미스 크로아티아 레일라 세호비치양(孃)이 회교도라는 이유로 자격을 박탈당한 것. 가톨릭 국가인 크로아티아의 「미의 대표」로 회교도를 내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전쟁으로 평화를 쟁취한 크로아티아에서도 이 정도이니 분쟁중인 지역의 민족종교적 적대감정을 우격다짐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중동평화도 마찬가지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협상을 중재했다지만 말이 중재이지 CIA까지 동원했으니 억지로 결론을 끌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분쟁 당사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묘안 찾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냉전시대에나 통했던 무력을 동원할 것인가. 클린턴이 섹스스캔들로 추락한 리더십을 되찾기 위해, 또 자신의 탄핵을 막아줄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코소보와 중동문제를 무리하게 봉합한 것은 아닌가.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21세기를 향한 「열린」 눈으로 문제를 봐야 「발칸」식 「중동」식해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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