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사법부의 정치권 눈치보기가 문제가 됐다. 2일 서울지법과 서울고법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법원이 지나치게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고 몰아붙였다. 특히 지난 87년 김대중민추협공동의장의 가택연금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을 서울고법이 11년만에 받아들여 당시 마포경찰서장 김상대씨를 정식재판에 회부한 것이 문제가 됐다.서울고법은 당시 민통련부의장 계훈제씨와 민언협의장 송건호씨를 불법감금한 혐의로 재정신청된 서울 북부·서부경찰서장과 서울시경국장에게는 기각결정을 내리고, 김대중 의장 감금혐의를 받은 김상대 마포서장만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이 사건은 87년 전두환대통령의 4·13 호헌조치 직전부터 6·29 선언 직전까지 경찰에 의해 자택연금당했던 김대중 의장 등 재야인사들이 관할 경찰서장등을 고발했으나 검찰이 무혐의처리하자 88년 3월 변호인들이 재정신청을 냈던 것인데, 그동안 최장기 미제사건으로 분류돼 왔다.
법원측은 김의장을 감금한 마포서장은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당시의 신문기사등으로 보아 사실이 인정되지만, 다른 경찰관들은 혐의를 부인하는데다 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어 기각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나 가족등에게는 조사도 안한채 피신청인 진술만을 근거로 내린 결정이 너무 성급하고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의원들은 가택연금당한 수많은 인사들 가운데 유독 대통령 관련사항만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누가 봐도 권력층 눈치보기라고 몰아붙였다. 여당의원들도 법원이 20일 이내에 결정하도록 돼있는 규정을 어겨가며 10년이상 사건을 미뤄온 것은 중대한 직무유기였으며, 국민의 인권과 자유침해는 외면하고 정권의 시녀노릇을 해온 반증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은 지난 6월에도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 전 치안본부 경감에 대한 재정신청을 11년만에 받아들여 궐석재판에 세웠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최근 잇달아 노출되는 것을 우연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여당무죄 야당유죄」라는 비아냥을 불러일으켰던 일련의 선거법위반 사건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 출범이후 내려진 선거법위반 사건 판결을 종합해 보면 공교롭게도 야당의원들에게는 500만∼7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져 의원직을 잃게 됐고, 여당의원들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돼 아무도 의원직을 잃지 않았다.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한 사법부의 독립은 요원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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