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는 한국야구위원회(KBO) 박용오 총재를 인정해야 한다.KBO는 9월15일 구단주모임을 갖고 비리혐의로 구속된 정대철 전총재의 후임으로 박용오 OB구단주를 권한대행으로 선출했다. 이와함께 「총재는 구단의 임직원이 아닌 중립적인 인사중에서 선출해야 한다」는 정관의 삭제를 감독관청인 문화부에 요청했다. 이는 「대행」의 꼬리를 떼기 위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문화부는 지금까지도 정관개정 승인을 미루고 있다. 기존의 정관이 「중립인사 총재」를 전제로 제정됐기 때문에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의때 일부 구단주가 불참했는데 서명이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결국 박용오 총재체제를 인정치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일부에서는 차기총재감에 대한 하마평과 함께 현재 낙하산을 메고 있는 중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문화부가 구단주의 총의를 억누르는 것이 바로 이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문화부는 표면상 특정 구단의 관계자가 총재를 맡을 경우 형평성에서 문제가 생길수 있다고 말한다. 「박용오 총재」일 경우 OB와 관련된 구단간의 분쟁이 발생했을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소아병적인 기우일 뿐이다. 박용오 총재대행은 프로 8개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로 선출됐다. 총재 권한대행으로 선출된 다음날 아침 박용오 대행은 KBO로 출근했다. 개인사정으로 빠진 현대를 제외한 7개구단 사장들이 나와 박수를 보내며 박총재대행체제의 출범을 자축했다. 물론 조만간 대행꼬리가 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였다. 이쯤되면 구단간의 형평성 논리는 설자리를 잃게 된다.
또 있다. 프로농구와 프로축구를 보면 문화부가 얼마나 균형감각을 상실했는지 잘 알수 있다. 프로농구는 윤세영 SBS 회장이 총재다. 프로축구는 현대중공업의 소유주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연맹회장을 겸임하다가 최근에 유상부 포철회장에게 넘겼다. SBS에 프로농구팀이 있고 현대와 포철에 프로축구팀이 있다. 형평성이라는 말은 이때나 쓰는 것이다. 형평성을 이유로 KBO의 정관개정 승인을 미루는 문화부가 종목간의 형평성은 망각한 것이다.
하지만 문화부의 형평성 논리는 겉으로 내세우는 논리며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게 대부분의 관측이다.
흔히 KBO 총재자리는 「입각 대기소」「휴게소」라 불렸다. 서종철 이웅희 이상훈 오명 권영해 김기춘 홍재형 정대철등 역대 총재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렇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뜀틀이었다. 일부는 너무 높게 뛰다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지만. 또한 한결같이 낙하산 부대(?) 출신이다.
정권이 바뀌면 희한하게도 KBO 총재도 바뀐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자 역시 국민회의 부총재인 정대철씨가 취임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취임 3개월만에 비리혐의로 구속, 단명했다. 그러자 구단주들이 나선것이다. 「이번 만큼은 우리가 해보자.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를 살려보자」며 다소 기습적인 방법으로 박용오구단주를 한 목소리로 내세운 것이다.
92년 5월 취임한 제5대 이상훈씨이후 정대철씨까지 임기 3년을 채운 총재는 단 한명도 없고 프로야구 발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도 없다. 이쯤되면 문화부는 KBO 총재 선임건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논리를 내세우며 출범했고 온갖 규제를 혁파하고 민간자율을 강조하고 있는 국민의 정부다.
더이상 KBO를 정부의 산하단체쯤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연간 수십억원을 프로야구에 투입하고 있는 구단주들이 의견을 모아 잘해보자고 단결했는데 격려는 못할 망정 딴죽은 걸지 마라. 이제는 자율의 기회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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