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로닌’ 곧 개봉/돈을 위해 모인 낭인 6명/“오직 목표뿐” 배신… 음모…/특수효과없는 리얼액션 짜릿/‘왝 더 독’등도 비디오로로버트 데니로(55)만큼 「카리스마」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배우가 또 있을까. 도무지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상실감으로 그늘진 얼굴, 간혹 그 틈을 비집고 흘리는 묘하게 섬뜩한 미소, 머뭇거리는 듯 하다가도 일순 자신을 포박하고 있는 그 상실감을 모두 날려버리겠다는 듯 터뜨리는 예측불가능의 행동. 데니로의 카리스마는 이런 데서 나온다. 현대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소외의 실체를 표정으로 보여주고, 행동으로 분출하는 데 그의 매력이 있다.
데니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새 영화 「로닌」이 곧 개봉된다. 때맞춰 그의 초기 대표작 「택시 드라이버」(콜럼비아)와, 최근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을 예견한 영화라 해서 화제가 됐던 「왝 더 독」(우일영상)도 비디오로 거의 동시에 출시됐다.
「로닌」의 제목은 옛 일본 봉건시대 주인을 섬기지 못해 추방되거나 떠돌던 사무라이를 이르는 낭인(浪人)에서 따온 말. 영화에는 낭인같은 남녀 6명이 등장한다. 이들이 한데 모인 목적은 한 가지. 단지 돈을 위해, 영화가 끝나도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는 가방 하나를 빼앗는 비밀공작을 위해서다. 값싼 스릴러같아 보이는 줄거리지만 「로닌」은 일반적 할리우드영화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감독 존 프랑켄하이머는 왜, 누구를 위해 그 가방을 빼앗아야 하는가 하는 당연한 의문은 철저히 무시한다. 오로지 데니로, 장 르노, 숀 빈 같은 성격파배우들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주어진 목표만을 추구하는 인간군상의 내면을 드러낸다. 물론 배경인 프랑스 니스의 풍경, 특수효과를 쓰지 않은 리얼한 액션장면은 좋은 볼거리다.
데니로는 말 그대로 산전수전, 온갖 전쟁·비밀군사작전의 경험을 다 겪은 전술·무기전문가 샘으로 나온다. 저마다 전문가임을 자처하는 6명의 낭인 가운데 특유의 카리스마로 이들을 이끌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배신과 음모를 뚫고 목적을 달성하는 역이다. 『대가를 위해서는, 모두는 모두에게 적이다』는 그의 대사는 뻔한 영웅이 아닌 소외된 낭인의 모습이야말로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 역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듯 하다.
「택시 드라이버」(76년)는 설명이 필요없는 데니로의 출세작.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매그넘을 들이대고는 『넌 도대체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라고 뇌까리는 젊은 그의 얼굴에 「로닌」에서의 원숙해진 그의 얼굴을 겹쳐보는 것도 흥미롭다. 「왝 더 독」에서는 정치모사꾼 역으로 한결 여유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언터처블」이나 「케이프 피어」에서 보여준 능글맞음과는 또 다른 능청이다. 할리우드 연기파의 쌍벽인 더스틴 호프만이 상대역인 것도 데니로의 연기를 더욱 빛나게 한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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