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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천민교육/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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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천민교육/朴昇 중앙대 교수·경제학(火曜世評)

입력
1998.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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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적 경제발전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도 의식과 행동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낙후되어 있는 사회를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천민사회라고 했다. 우리의 교육현실이 그러하다. 경제는 이제 선진국을 지향하고 있는데 교육은 봉건사회나 농경문화적인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첫째로 한국인의 교육은 훌륭한 시민을 길러내는 시민교육이 아니라 부귀영화의 특권을 누리게 하려는 출세교육이다. 서구사회의 시민교육은 사회질서의 준수와 협동을 가르치고 사회생활에 참여하기 위한 적성과 능력을 개발시켜주는데 목적이 있다. 반면 우리의 교육은 자녀들을 출세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다. 출세의 길은 매우 좁기 때문에 높은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여기서 이기기 위해 명문대학에 가야하고 과외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구의 시민교육이 다원적(多元的) 사회에서의 협동을 가르치는데 비해서 우리의 출세교육은 단선적 사회에서의 경쟁을 가르친다.

둘째로 한국인은 자녀교육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교육이란 사회공공재(公共財)이다. 공공재란 사회가 함께 생산해서 함께 나누어 소비하는 특성을 지닌 것을 말하며 이것은 개인적으로 따로따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들은 교육세를 내고 학교에 재산을 기증하여 교육시설을 충실하게 만들고 개개인은 걱정없이 그 시설에서 자녀들을 교육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교육시설을 확충하는 데는 소홀히 하면서 개개인은 자녀들을 잘 교육시키기 위해 개인재산을 투입해서 개별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생활비의 2할을 차지한다는 과외비이다.

셋째로 한국인은 자녀들을 이치와 합리로 가르치지 않고 정(情)과 편향(偏向)으로 가르치고 있다. 팔이 안으로 굽는, 무조건 내 자식만 사랑하는, 그래서 과보호로 치닫는 그러한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는 자녀들을 위해 부모가 희생할 수 있는 훌륭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녀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종속된 분신(分身)으로 생각하며 자녀교육에 대한 자세는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이다. 서구인들은 우리와 반대이다. 이들은 부부 중심 사회로서 자녀들을 위한 희생정신이 약하다. 그러나 자녀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생각하며 이들에 대한 교육은 이치와 합리 그리고 개방과 객관의 자세로 이루어 진다. 이스라엘은 그 장점을 취합한 모형이다. 자녀들을 위해 부모의 희생정신이 강하면서 이치와 합리로 자녀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우리는 유대인의 교육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끝으로 한국인은 교육을 어떤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교육의 생활화가 실현되기 어렵다. 중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입학을 위한 수단이며 대학교육은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목표가 성취되면 그 이상 공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우리나라의 천민교육은 그동안 양 성장(量 成長)중심의 공업화초기단계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인력부족과 개방시대를 맞은 앞으로의 지식중심 사회에서는 전혀 적응력이 없으며 전면 개혁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제도개혁과 의식개혁이 같이 가야 한다. 사회공공재로서의 교육문제는 사회가 집단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재산과세(財産課稅)형태로서 교육세의 확충, 사교육비의 공교육비화, 민간자본의 유치확대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 대학입시제도는 수능성적보다도 중고등학교에서의 성적에 따라 입학이 결정되도록 해야 하며 그래야만 중등교육도 정상화할 수 있다. 학생들의 잠재력이 선발기준이 돼야하므로 고등학교의 차별은 있어서 안될 것이다. 학교차는 잠재능력차가 아니라 환경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법대나 의대등 출세수단으로 여기는 직종은 특권직으로부터 봉사직으로 전환시키는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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