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드 시티뱅크회장을 방문했을 때 복도에서 유리창을 통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그의 집무실이 10여평밖에 안돼서 놀랐어요. 이유를 물었더니 최고경영자부터 다운사이징의 모범을 보인다는 거예요』 전직장관 한 분이 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들려준 경험담 한토막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최고경영자의 집무실이 그의 의식구조와 함께 기업문화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인텔의 최고경영자인 앤디 그로브회장의 방은 너댓평밖에 안되는 칸막이로 다른 일반사원들 방사이에 끼여 있다. 회의나 외부 방문객 접견은 회의실을 이용한다. 회장이라고 주차공간을 따로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늦게 출근하는 날엔 빈자리를 찾아 빙빙 돌아다닌다. 회장이 사원과 다른 것은 직무와 연봉규모뿐이라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들의 사무실은 대체로 이렇다.
■미국에서도 산업화시대의 최고경영자의 방은 백악관을 뺨치는 규모나 치장의 호화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80년대 우후죽순처럼 자란 실리콘밸리의 최고경영자들은 권위의식보다는 종업원과의 동질감이 기업경영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주주들 또한 경영자들의 경비까지 따지는 투명성을 요구했다. 최고경영자의 미니집무실은 정보화시대를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로 미국동부의 거대기업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집무실의 평수를 줄이고 문턱을 낮추는 획기적 발상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쩨쩨하게 살려면 무엇하려고 기업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하지만 우리사회도 권위의 집무실을 버리고 종업원과 고객속에 몸을 던지는 기업인을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런 기업인들이 성공해야 사회가 투명해진다. 그러러면 장관이나 고위관리의 집무실부터 투명해야 한다.<김수종 논설위원>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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