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경협통한 신뢰쌓기 주력/남정경분리 고수하며 ‘햇볕정책’으로 北 변화유도/북김정일 경협 직접 관장… 온건파 입지 강화될듯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명예회장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간에 이뤄진 10·30 면담은 남북경협과 남북관계사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이 국방위원장 취임후 첫번째 외부 면담인사로 정명예회장을 선택했고 연장자인 정명예회장의 숙소를 직접 찾아가는 성의를 다함으로써 북측은 우리의 경협에 대해 호의적인 손짓을 보낸 것이다.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로 봐서 현대그룹을 비롯한 우리 기업의 경제협력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물론 김국방위원장이 직접 보증한 18일의 유람선의 출항도 그의 북한내 카리스마에 비춰 무난히 성사될 것이다.
우리의 대북정책 측면에서는 북한변화 유도를 목표로 전개돼온 햇볕정책은 가속도가 붙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정부는 섣불리 민간기업에 대북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정경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당분간 경협을 통한 신뢰구축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현단계에서 남북의 수많은 인사와 근로자들이 경협을 통해 교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긴장완화에 적지않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남북경협은 노동당과 내각의 외곽기구들이 부차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닌 김국방위원장의 직접 관장사항으로 바뀌었다. 10월31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정명예회장과 김국방위원장의 면담 사진은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남북경협이 실패할 경우 김국방위원장도 그 책임을 어느정도 분담해야하기 때문에 온건파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온건파들이 진행하고 있는 외화벌이 사업, 외자유치사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국방위원장은 온건파에게 힘을 실어주되 그 힘의 범위를 상당히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의 원칙에서 당국간 대화를 철저히 배제하고 자본주의정신 침투 저지를 위한 내부단속을 병행해 북한체제 최후의 보루인 군부 강경파의 반발을 무마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로서는 국내여론을 수렴하는 차분한 태도로 경협의 완급을 조절하는 세련된 정책구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이영섭 기자>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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