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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김정일 회동­물꼬 튼 남북경협/한밤의 면담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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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김정일 회동­물꼬 튼 남북경협/한밤의 면담 45분

입력
1998.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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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명예회장은 황소같은 분”/“명예회장 선생” “장군” 호칭/밤 10시25분 김정일 백화원초대소 찾아와/金 “연로하시고 거동불편하셔서 직접 왔다”/사진찍자며 정회장에 가운데자리 배려/면담끝난뒤 “길터놨으니 언제든 오시라”30일 저녁 9시55분 평양 백화원초대소. 당초 예정대로라면 이 시각 서울의 자택에서 잠자리에 들었어야 할 정주영(鄭周永) 현대명예회장 일행은 흥분된 분위기속에서 「진객(珍客)」을 맞이할 채비에 들어갔다.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이 곳을 찾아온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밤 10시25분. 김위원장 일행이 정명예회장과 대면했다. 정회장 일행은 이 순간이 믿기지 않았다. 전날 북한 당국으로부터 『하루 더 있다 가시죠』라는 통보를 받아 면담 성사를 감지하고 있던 터였지만 김위원장의 초대소 방문은 그 자체가 파격이었고 이례적인 일이어서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 현대측은 당연히 자신들이 김위원장 집무실로 찾아가게 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

김위원장은 정명예회장 일행이 방으로 들어오자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다』고 인사했다. 이어 김위원장은 『명예회장 선생께서 연로하시고 거동이 불편하셔서 지방에서 올라오는 길에 직접 왔다』고 했다. 김위원장이 가운데 소파에 앉자 오른쪽에 정명예회장, 왼쪽에 정몽헌(鄭夢憲) 현대회장이 자리를 잡고 대화가 시작됐다. 김위원장은 정명예회장을 「명예회장 선생」으로, 정명예회장은 김위원장을 「장군」이라고 불렀다.

(김정일)『5대 창업자중에서 유일하게 살아계신 명예회장 선생을 만나게 돼서 영광이다. 명예회장 선생이 황소같은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는 일마다 모두 잘되지 않는가. 앞으로 민족이 모두 잘 되도록 해 나가자. 금강산관광사업은 현대가 모든 것을 맡아 적극적으로 해주면 고맙겠다』

(정주영)『금강산에 호텔을 짓겠다. 온정리에 온천도 개발하겠다. 북한에 석유가 많이 묻혀있다는데 남한까지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게 해 달라』

(김)『공화국에서 석유가 난다. 그렇게 명령하겠다. 다른데 하고 할 것 있겠는가. 현대하고 하면 된다』

(정몽헌)『관광사업뿐 아니라 서해안에 공단사업도 하려고 한다. 경제특구가 좋을 것 같은데 도와달라.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김)『잘되도록 하라』(김용순·金容淳 아태평화위원장에게)

이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45분간의 면담은 끝났다. 이 자리에는 현대측에서 정명예회장의 여동생 희영씨 김영주 한국프랜지회장, 북한측에서 송호경 아태평화위부위원장도 배석했다. 김위원장은 대화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제안했다. 먼저 관례대로 김위원장이 가운데에 그 좌우에 정명예회장과 정몽헌회장등이 자리를 잡았다. 북한 대내용으로 노동신문에 이 사진이 보도됐다. 그 뒤 김위원장과 정명예회장 정회장 세 사람만 다시 사진을 찍으면서 또다시 파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김위원장이 『나이가 많으신 분이 중간에 서셔야 합니다』라며 『괜찮다』는 정명예회장을 극구 가운데 자리로 「모신」것. 김위원장은 두 차례 촬영 내내 정명예회장의 손을 꼭 잡고 놓치 않았다.

밤 11시10분께 김위원장은 초대소 문을 나서면서 『길을 터 놨으니 언제든 자주 오시라』고 말했고 정명예회장은 『기름만 보내주면 언제든지 오겠다.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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