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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경제위기’ 피하려면/李漢久 대우경제연구소 사장(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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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경제위기’ 피하려면/李漢久 대우경제연구소 사장(한국시론)

입력
1998.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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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욕 저하·투자부족 등 저성장 경제 막기위해 금융·기술시장 육성 필요근래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에 대해 취하는 입장차이가 좀 더 뚜렷해지는 듯하다. 환율이나 금리등 거시금융지표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낙관적으로 가는데 반해, 생산판매관련지표나 자금가용성등 실물경제의 미시측면을 주로 살펴보면 어두운 전망에 동의하게 된다. 벌써 생산과 건설물량은 이미 94∼95년 수준으로 하락했고 1인당 GNP는 91년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은 기실 크게 중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고 한다. 이런 지표는 나빠지면 언젠가는 그 반등으로 좋게 변하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기일 뿐이다. 그리고 그 시기가 왔을때 반등을 시킬만한 바탕을 갖추는 것이다. 그 바탕은 사회의 시스템이나 개별 경제주체들의 연결고리, 도전의식, 가치기준 등 무형적인 것이 많다. 선순환으로 들리는 신용회복이라는 힘의 원천이다.

진짜 위기는 국면별로 내용을 달리한다. 이번의 금융위기 극복 기간중 나타나는 현상으로서는, 구조조정이라면 사회적 비용이 얼마라도 좋다는 식의 태도가 걱정이다.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선 기업들의 부채는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따라서 지금 제대로 이자를 물면서 가동되고 있는 재벌기업이라도 줄여라, 그 결과 불필요하게 늘어나는 실업자나 연쇄부도효과는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이다』라는 사고방식이다.

또 개별기업이 자기처지와 미래전략에 따라 스스로 구조조정방식을 선택하고 거래 상대방과 주고받을 수 있는 법체제정비는 게을리하면서, 또 정부가 얼굴은 내밀지 않으면서 개별사안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형태의 관치경제 행태가 실은 진짜 위기를 키우는 길이다.

한편, 이번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극복후 나타날 실물경제 모습을 상정해보면 또 다른 위기의식을 갖지 않을 수없다. 우리 경제는 장년기의 모습이 아니라 저성장에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산업기반은 많이 무너져 외국산업의 하청기지로서 전락한 겉늙은이 경제 모습일지도 모른다. 도덕적 해이와 단기인기주의는 극성인데 GNP의 30∼50%수준에 이른 정부빚에다 재정적자폭은 줄지않아 우리의 젊은 세대 몫으로 잔뜩 부채가 넘겨져 있는 모습까지도 그려진다. 94년 당시 멕시코나 97년 여름의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처럼 국제투기자금의 공격에 더욱 노출된 경제인지도 모른다.

미래 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기업들의 경영의욕 저하에다 신산업에 대한 투자능력부족에서 유래한다. 경영투명성 확대나 소액투자가 보호, 소비자보호, 환경보호 등 OECD국가들처럼 당장 부담하는 기업의무는 선진국수준인데 정치인과 행정관료들의 막강한 권력속에서 행정수준측면이나 개별 생산요소공급자들의 책임의식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왕성한 공격적 경영문화를 살리던 기업들은 문제기업으로 된서리를 맞고 얌전하면서 활동성이 낮던 금융기관이나 훈수꾼들이 우대받는 풍조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벌기업들의 억지분할이니 기준없는 내부거래단속을 자랑하면서도 독립된 기업들이 미래의 사업을 벌이는데 필요한 다양하고 장기적 재원조달이 안되는 국내금융시장밖에 못만들어내는 정책당국이 있는 한 어찌 저성장을 면할 수 있을까.

결국 진짜 경제위기를 피할 수있는 준비(시장경제방식의 구조조정, 외자의존경제의 부작용예방, 지나친 산업기반 붕괴예방, 저성장예방을 위한 금융·기술시장육성, 금융보다 외화벌이 산업중시 정책자세, 금융산업주인찾아주기, 법질서수호, 도전의식과 창의성 발휘를 보장하는 사회분위기)를 해가는 모습이 안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불안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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