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예로부터 가까운 사이였다. 삼국시대 이래로 한국은 중국 못지않게 훌륭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15세기에는 세종시대라고 불릴 만큼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를 창조하고 있었다. 그런 우수한 한반도의 문화가 일본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었다. 문화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대륙의 문화가 거의 한반도를 거쳐서 일본으로 넘어갔었다.그런데 이렇게 일본 문화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 과거의 한반도 문화는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의 문화가 잠깐 한반도에 머물렀다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아니었다. 이미 완전히 한국화한 문화가 일본에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언어 자체도 일본말은 중국말의 체계가 아니라 한국말에서 어떤 일정한 규칙을 갖고 변한 것이다. 일본의 보물창고 정창원(正倉院)의 물건도 다수가 한반도에서 건너간 것이었다. 지명도 한국사람들이 지었다고 보여지는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나라(奈良)라는 지명이다. 삼국시대에 신라에게 나라를 멸망당했던 백제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여기도 「나라」라고 생각하고 지은 것이었다. 이것은 영국사람들이 영국의 YORK라는 지명을 따라 미국의 NEWYORK를 지은 것과도 상통한다.
과거에는 이렇게 일본의 문화는 한반도의 문화권에 있었다. 과거의 우수한 한반도의 문화가 일본으로 넘어가 지금의 일본 문화의 뿌리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자본주의의 공룡이 되어버린 일본의 문화가 여과없이 한국에 전해진다면 한국문화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이러한 충격을 잘 극복해 낼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한국인의 안목이 어느 정도인가에 좌우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안목은 다름아닌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아는 교육에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특히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런 안목이 생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격조 높은 눈을 가지고 있다면 일본문화 개방은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그 반대가 될 것이다.<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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