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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김정일 회동­물꼬 튼 남북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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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김정일 회동­물꼬 튼 남북경협

입력
1998.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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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東海 착잡한 아바이마을/동해시­관광객 밀물속 곳곳 현수막 축제분위기/아바이마을­여비 엄두 못내 도지는 향수병 가슴앓이18일 오후 5시 분단이래 첫 역사적인 금강산 유람선 취항을 앞두고 강원 동해시가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동해시 곳곳에는 1일이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시청공무원과 시민들이 시내 곳곳에서 유람선 취항을 축하하는 6개의 홍보탑을 비롯, 대형 현수막2개, 애드벌룬 3개, 550개의 가로기를 세우느라 바빴다. 동해항에서는 승객들이 금강호에 타고 내리는데 이용될 잔교(棧橋)공사 등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으며 지난달 26일 입항한 현대금강호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하루에 300∼400명씩 몰렸다. 출항을 기념하는 문화행사도 풍성하게 이어지는 등 동해시민들은 한껏 고무돼 있다.

시민들은 말레이시아 등 13개국 374명의 외국인 승무원들이 시내구경과 쇼핑 등으로 거리를 누비는 것을 보면서 운항이 시작되면 지역경제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전쟁때 월남한 실향민들이 모여사는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3,200여명 주민 대부분은 함남 출신과 그 2, 3세대들. 실향 1세대만도 아직까지 1,000여명이나 돼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남다른 곳이다. 하지만 금강산에라도 올라 고향산천을 좀더 가까이서 바라보고 싶어도 103만원이 넘는 여비를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된다. 실제로 아바이마을은 속초시 13개동 가운데 가장 낙후됐으며 생활보호대상자도 110가구로 다른 동보다 많다.

김철수(43) 청호동장은 『주민들은 금강산이란 말만 들어도 고향을 떠올리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유람선으로 향수병(鄕愁病)만 깊어졌다』고 안타까워 했다. 금강산개방을 계기로 고향방문이 좀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한가닥 희망을 갖지만 1세대들은 벌써 70∼80대의 고령이어서 심경은 더욱 착잡하다.

남편과 함께 세살배기 딸을 데리고 월남했다는 박신녀(73)씨는 『고향에 가야지 금강산에 가서 뭘하겠느냐』며 『1세대들은 금강산에 가더라도 산에 오를 수 없는 고령이어서 가슴이 저민다』고 말했다.

월남 2세대인 위재복(46·10통장)씨는 『어머니의 고향이 함남 흥남이어서 고향대신 금강산에라도 보내드리고 싶지만 비용이 만만치않아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비용이 좀 싸지면 보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청호동에는 다른 마을과 달리 유람선 취항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청호동새마을금고는 일반 금리보다 1% 높은 금강산관광적금을 개설했으나 가입자가 별로 없다.<동해=곽영승 기자>

◎시민들 환영속 신중론/“기대크다”“환상금물”/분단극복·관계개선 큰전기/北 체제강화 악용소지 우려

북한의 석유공급과 금강산개발 등 획기적 내용을 담은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북한방문 성과에 대해 국민들은 1일 『남북관계 개선과 분단극복의 큰 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며 냉정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을 주문하기도 했다.

서울대 임현진(林玄鎭·사회학) 교수는 『획기적인 교류확대의 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그러나 과거의 예에서 보듯 금전거래를 통한 「이면합의」식 교류는 언제든 일방의 계약파기로 끝장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교수는 현대측에 대해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해 세금으로 성장한 국민기업이라는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연세대 함재봉(咸在鳳·정치외교학) 교수는 『그간의 정치적 협상이나 적십자교류 등과 비교할 때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성과』 라고 평가하면서도 『현대그룹의 투자가 직접 현금으로 투자됐을 경우 북한의 체제강화에 악용될 수도 있는 등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하승창(河勝彰·37) 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남북 서로간의 인식격차를 해소하고 분단상황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정기업에 대한 배려를 넘어 전면적인 경협프로그램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남북간 제도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이재성(李在星·28·서울 관악구 봉천7동)씨는 『북한에 경제특구가 건설되고 교류가 활성화하면 국내 실업난과 자금사정도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희망을 내비친뒤 『다만 특정 기업의 독점적 계약으로 국한돼 건강한 민족교류와 통일의 정신이 훼손돼서는 곤란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소속 실향민들도 이번 방북성과가 남북 화해분위기 조성의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속에서 환영하는 반응을 나타내면서도 합의내용에 이산가족문제 등이 배제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한편 한국안보교육협의회 오제도(吳制道·81) 회장은 『북한의 화해제스처는 해방후 50여년간 계속돼 온 것』이라고 북한의 의도를 의심한 뒤 『총리급 합의사항도 지키지 않는 북한이 기업회장에게 한 약속을 지키리라고 누가 믿겠느냐』고 각별한 경계를 요구했다.<최윤필·김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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