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배기 아이의 진술에 대해 법원이 증거능력을 인정, 살인사건 발생 2년여만에 용의자가 구속됐다.서울 용산경찰서는 30일 빚독촉을 하던 이웃 주부를 살해한 뒤 불을 질러 강도로 위장한 혐의로 이모(33)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96년 8월 이웃 김모(여·당시 28세)씨 집에서 『빌린 돈 2,000만원을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던 김씨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곁에 있던 김씨의 딸(당시 4세)을 내던져 기절시킨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난 혐의다. 당시 김양은 두개골 골절상과 양다리 화상을 입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나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됐다. 경찰은 『4세 아동의 진술만으로 범인을 단정키 어렵다』는 검찰의 지휘에 따라 2년2개월간 보강수사 끝에 29일 이씨를 범인으로 결론짓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지법 홍석범(洪碩範) 판사는 『아동의 진술을 살인사건의 증거로 인정한 일은 극히 드물지만, 김양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돼 충분한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 이후 재판과정에서도 김양의 진술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여부를 놓고 계속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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