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단체도 정적 살해”/現 내무장관 형사처벌 촉구『프리토리아(남아공의 행정수도)에서 흘러나온 치유의 강물이 전국민과 전국토를 적시고 통합과 화해를 가져오기 바란다』
30개월에 걸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의 실상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29일 보고서를 낸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TRC)는 결론을 응징보다는 화해로 맺었다. 흑백갈등의 과거를 청산하되 그 아픔을 화합으로 치유하자는 뜻이다.
남아공이 독립한 60년부터 94년까지 백인정권이 자행한 살인 고문 등의 피해자 2만500여명의 진술을 바탕으로 작성된 TRC 보고서는 백인정권의 탄압실상과 그 속에 가려져 있던 흑인단체 자체의 인권탄압에 초점을 맞췄다. 정치 종교 언론 등 백인우위의 사회구조가 30년 이상 흑인을 폭압적으로 지배해온 발판이었으며 그 중심에는 78∼89년 집권한 보타 전대통령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와해시키고 흑인정권을 출범시킨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대해서도 똑같이 칼을 들었다. 흑인단체들은 백인정권에 대한 무장투쟁을 벌이면서 동시에 정적들을 고문, 살해하고 숱한 지뢰를 설치, 무고한 사람들을 사지로 몰았다는 것이다.
TRC는 이러한 판단에 따라 ANC를 이끌며 살인을 지휘한 위니 만델라, ANC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폭력을 휘두른 인카타자유당 지도자이자 현 내무장관인 보텔레지에 대해서도 보타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을 권고했다.
TRC는 나아가 과거를 청산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무대로 99년 아파르트헤이트와 관련된 전 정치·사회단체가 참가하는 회의의 소집을 제안했다. 남아공 정부가 1,000명의 피해자들에게 350∼1,000달러의 보상금과 의료지원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화해의 「한마당」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강조한 대목이다.
타보 음베키 ANC의장겸 부통령은 보고서에 대해 『ANC는 악의 구조를 파괴하기 위해 투쟁했으며 수단을 목적으로 전도시키지 않았다』며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러나 30년 흑백갈등의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서는 ANC도 자신의 환부를 도려내야 하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이 보고서는 보여준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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