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공방전을 보면 몇년전 「녹즙기 쇳가루 파동」이 연상된다. 당시 양대 녹즙기회사 가운데 한 곳에서 지나친 욕심을 냈다. 『경쟁사의 녹즙기에서 더 많은 쇳가루가 검출됐다』는 실험결과를 언론에 배포했다.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녹즙기 전체를 불신하면서 시장이 붕괴, 두 회사 모두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었다.요즘 양대 항공사의 행태가 이와 다를 것이 없다. 한 항공사가 사고를 내면 다른 항공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언론에 흘린다. 사고가 발생해도 원인규명이나 반성보다는 상대 항공사를 성토하거나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사고항공사가 바뀌어도 양상은 똑같이 반복된다.
8월이후 연이은 항공기사고 처리과정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사고가 잦은 대한항공이나 이를 기회로 활용하려는 아시아나항공이나 모두 공정한 경쟁의 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고 고개를 흔들어댄다.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나 서비스의 질 등으로 경쟁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최근의 「전쟁」을 거치면서 항공사에서 인력과 조직이 주로 보강된 곳은 운항관련 부분 보다는 홍보파트 쪽이다. 사태의 본질을 완전히 엉뚱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교통부마저 두 항공사간의 치졸한 공방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이런 식의 경쟁은 그 결과가 뻔하다.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벌이는 사이 승객들은 점차 떠나고 있다. 가뜩이나 외국항공사에 비해 운임도 비싸고 서비스질도 신통찮은데다 믿을 수조차 없으니 아무리 국적항공사라도 타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물며 외국인 승객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제 『한국 항공기는 위험하다』는 것은 「정설」이 돼가고 있다.
양 항공사는 부질없는 이전투구를 중단하고 안전확보와 서비스개선에 힘을 쏟으라. 진짜 승패는 승객이 가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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