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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의 세계 제패(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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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의 세계 제패(社說)

입력
1998.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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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문화적 정체성의 상실을 우려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 들었다. 이런 현상은 일본 대중문화 수입이 본격화한 우리에게 이중의 우려로 다가 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5일부터 사흘에 걸쳐 내보낸 대형시리즈 「메이드 인 아메리카­미 문화의 세계적 위력」에서 미국문화의 세계석권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세계는 미국문화의 침공을 환영하고 있다」는 제목과 함께 시작된 이 시리즈는 「미국 수출문화의 최대 매력은 자유의식의 고취」라고 진단하면서 자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파급현상을 광범하게 보도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미국의 가장 큰 수출상품은 농산물이나 공산품이 아니라 영화·음악·TV프로그램·출판물·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대량생산된 대중문화」라고 지적하고 뉴델리, 나이로비, 서울, 상 파울루, 바르샤바 등 전세계의 오락산업이 미국 상품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판물에서도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19개 언어로 번역되어 48개국에서, 여성지 코스모폴리탄은 36개 지역판으로, 플레이보이는 16개 국제판으로 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미국문화가 세계를 제패한 이유가 냉전체제의 종식과 더불어 새 시장이 열렸고, 개성·자유 등 미국적 가치가 매력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이런 현상은 르네상스에 의한 문화의 세계화 이후 처음 있는 것이며, 로마제국과 가톨릭교회가 주도한 라틴문명이나 공산정권에 의해 주도된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뒤를 잇는 경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금 미국 대중문화의 세계보편화 현상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시리즈에서 자크 랑 프랑스 전 문화장관은 『미국 대중문화는 어른 속에서 어린이의 정신을 찾는 단순한 오락이며, 그 문화가 세계적 획일화를 초래한다면 인류의 재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네스코도 미국문화 처럼 거대 대중문화가 각 지역과 민족의 고유문화를 심각하게 훼손시켜 문화적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계속 경고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미국문화가 이미 깊이 침투해 있고, 일본 대중문화까지 개방되기 시작하여, 벌써 수입업자 간에 일본영화를 들여오기 위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로인한 경제적 손실도 우려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외래문화를 창조적으로 수용하고 고유문화와 조화를 이룸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지키고 경쟁력을 키워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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