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인 13개 기업 대표를 만찬에 초청하면서 5대 그룹을 부르지 않기로 한 것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스스로의「아이디어」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29일 청와대에 초청된 기업은 한화(8위) 두산(12위) 한솔(17위)과 30위권 이하 대기업, 중견기업 등으로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5대 재벌 총수를 더이상 재계의 간판으로 여기지 않겠다』는 뜻을 내보인 셈이다. 강봉균(康奉均) 경제수석의 해석도 같았다. 강수석은『덩치가 큰 기업이 반드시 좋은 기업이 아니고, 규모의 순서가 곧 중요도의 순서는 아니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빅딜 등 5대 그룹의 구조조정 속도에 대한 불만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일본방문 이후 김대통령은 전경련측의 「진의」에 대한 의구심을 차곡차곡 쌓아 놓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양 보다 질』이라는 말을 거듭 되풀이 하면서 『5대, 10대 재벌이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직설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개혁을 피하면 불이익」이라는 말이 행동에 옮겨질 것이라는 점을 보이려는 커다란 제스쳐인 것이다.
반면 만찬에 참석한 「우량기업」에 대해선 따뜻한 격려를 하는 등 차별대우를 했다. 김대통령은 이들에게『내살을 깎으며 오래 정든 기업을 내놓은 데 대해 고맙다고 해야할 지 장하다고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결코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고한 지원을 약속했다. 만찬에는 이밖에 삼양(28위) 동양화학(39위) 대상(40위) 태평양(62위) 동양제약 동서화학 로케트전기 유한 양행 하림(이상 중견기업) 등 13개 기업 대표가 초대됐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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