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베어링·대상 라이신 등 ‘몸통’ 팔아/OB,외국인에 경영권… 선진기법 배워한화는 지난해 6월부터 서울 장교동 본사 등 전사업장에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가 써진 현판을 내걸었다. 당시 환란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재계에 부도공포가 엄습하자 전임직원이 죽기를 각오하고 구조조정에 매진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였다. 한화는 이후 돈되는 사업이라면 「몸통」까지 닥치는 대로 팔아치우는 강도높은 군살빼기에 나서 재계 구조조정의 모델케이스로 부상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구조조정 모범생들로 선정된 한화 두산 한솔 삼양 대상 동양화학 제일제당 태평양 동아제약 동성화학 로케트전기 유한양행 (주)하림 등 13개 기업대표들과 만찬을 가진 것을 계기로 이들 기업들의 구조조정 성공사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청와대 만찬티켓의 행운을 쥔 기업들은 대부분 외환위기후 자금난에 휘말리면서 한때 지옥의 문앞까지 갔다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기사회생한 점이 공통적이다. 구조조정으로 기사회생한 13개 기업의 성공비결을 알아본다.
■몸통을 내놓아야 입질한다
한화 두산 한솔 대상 등 구조조정 모범기업들의 공통점은 외국투자가들이 입질할 만한 알토란같은 주력사업들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부실사업을 내놔봤자 외국인투자가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거들떠 보지 않는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한화의 베어링사업(3,000억원), 대상의 라이신사업(6억달러), 한솔의 한솔제지(10억달러)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두산 박용성(朴容晟) 회장이 『나에게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라며 「비단」을 내놓을 것을 강조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구조조정 모범생들은 남들보다 한발, 두발 앞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두산은 창업 100주년을 앞둔 95년말부터 다가올 또 다른 100년의 청사진을 만들자며 대기업중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불을 댕겼다. 당시 주력인 OB맥주가 자본잠식상태에 빠질 정도로 자금사정이 악화한 탓도 있었지만 건실한 이익을 내던 코카콜라 코닥 등 합작사 지분을 매각하여 1조960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
■외자유치만이 살길
국내최대 육가공업체인 (주)하림은 IMF체제에 따른 금융시스템마비 및 환율상승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자 외자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에 투자처를 물색중이던 국제금융공사(IFC)를 합작파트너로 잡아 자본금을 260억원으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이로인해 부채비율은 97년말 351.8%에서 연말까지 293%로, 자기자본비율은 22.13%에서 26.52%로 각각 개선될 전망이다.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산다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들은 오너가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은 점이 두드러진다. 한화는 2차례의 협조융자를 받는 과정에서 김승연(金昇淵) 회장이 계열사의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두산도 OB맥주를 살리기 위해 벨기에의 인터브루사에 지분 50%를 주고, 대표이사사장도 합작사에 양보했다.
■합작으로 선진경영기법을 배운다
외국기업과 합작하면서 선진기업의 경영노하우를 전수받은 것도 특징이다. 동양화학은 프랑스의 롱 프랑(합작사 한불화학), 미국의 GE(동양실리콘)와 자본제휴하면서 「푸른눈」의 이사들로부터 재무구조의 건전성 유지방안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동양화학 관계자는 『외국인 이사들은 합작사가 그룹계열사에 지급보증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고, 부채비율도 100%대로 유지할 것을 깐깐하게 요구했다』며 『이같은 지도가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유지하는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이의춘 기자>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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