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수출기반의 침하를 이대로 방관만 하고 있어도 되는가. IMF사태이후 환율 덕택으로 반짝했던 수출이 지난 5월 작년 같은달 대비 3.6% 감소한 이래 연속 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10월들어서는 수출감소의 추락 폭이 15%이상으로 급격히 떨어지면서 수출 활력의 불씨마저 꺼지는게 아닌가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외환위기에서 벗어나고 위축되는 경기와 실업대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수출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새삼 재론의 여지가 없다. 외국빚을 갚는 외화 재원도 수출에서 벌어 들일 수밖에 없고, 내수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붕괴되는 생산과 고용기반을 유지하는 것도 수출로 타개할 수밖에 없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국제신인도의 회복도 궁극적으로는 수출을 통한 국제수지 흑자 기조의 유지 능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쳐온 정부마저 수출에 손쓸 생각도 않고 아예 손들고 포기하는게 아니냐는 업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수출이 급추락하며 내리막길로 곤두박질친 지난 한달동안 정례화한 수출관련 대책회의마저 개점휴업이었고, 수출부진의 원인과 문제를 파악하여 이를 개선하려는 정부 당국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수출을 챙기겠다고 나선 지난 9월에는 각종 수출대책회의를 잇달아 열며 부산을 떨던 정부가 막상 10월들어서는 미동도 않고 있다.
대통령주재의 무역투자진흥 대책회의를 비롯, 무역투자애로 대책반회의, 수출비상대책반회의, 품목별 지역대책반회의등 갖가지 명칭으로 벌여 놓은 회의들이 실속있는 모임 한 번 갖지도 못한 채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정부 시책 따로, 수출 현장 따로 제각각 놀면서 적어도 금융때문에 수출 안된다는 얘기는 안나오도록 하겠다던 정부의 공언마저 무색해진 채 수출은 기력이 쇠잔해졌다.
수출신용장 내도액마저 5년8개월만의 최저치로 급감, 앞으로의 수출전망도 어둡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 확대가 새로운 보호무역과 통상마찰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주요 시장인 아시아 경제도 활기를 잃고 있어 시장여건도 좋지 않다.
이같은 역경속에 신3저의 호기를 활용하겠다던 정부의 수출대책까지 실종된듯 하다. 정부마저 끓던 냄비 식듯해서야 어떻게 국민신뢰와 정책 실효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꺼져가는 수출활력의 불씨를 살리지 않고는 경제의 활력도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다시 한번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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