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미 하버드대학의 모교출신 교수는 정원의 71%가량 됐다. 이 때 새 총장으로 뽑힌 엘리어트는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근친(近親)우선 교수채용관행을 혁파했다. 그는 『모교출신 교수 채용심화는 대학의 학문적 활력을 본질적으로 저해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후 이러한 개혁의 물결은 스탠포드대학 MIT UC버클리등 미국의 명문대학으로 확산됐다. 한 세기가 흐른 지금 이들 대학 화학과 모교출신 비율은 7.9%, 물리학과는 16.5%정도 밖에 안된다.우리는 어떤가. 서울대의 모교출신 교수채용률을 보면 72년 82%, 81년 90%, 92년 95%, 96년 97%를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대부분 대학들의 모교출신 교수비율은 90%를 상회한다. 선후배 동창모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48년 정부수립이후 국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6만여명을 넘어섰다.이중 외국박사가 1만2,300명, 국내박사가 4만7,70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연구소나 대학으로 진출하는데 그 중 대학교수 시장이 가장 크다. 95년말 현재 전문대학이상 대학전임교수는 4만4,968명이나 되고 시간강사는 이보다도 많은 4만5,054명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수채용을 둘러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교수채용 전형기간에는 때아닌 골품논쟁이 힘을 얻는다. 타대학출신이면 육두품(六頭品), 초빙희망대학출신이면 진골(眞骨), 초빙희망대학출신이면서 그 대학에 친척이라도 있으면 준성골(準聖骨), 채용중인 학과의 영향력있는 교수의 사위라도 된다면 성골(聖骨)이라는 얘기가 알게 모르게 퍼진다. 채용결과 역시 성골 준성골 진골 육두품 순이 많다.
미국대학의 경우 모교출신은 전체 학과별 교수정원의 5∼2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학문의 근친결혼의 폐해를 스스로 알고 회피하려는 순수한 의지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인맥을 쌓으면서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보다 외국서 고생하며 박사학위를 받은 실력있는 사람이 교수되기가 더 어렵다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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