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반성’ 의원 ‘무성의’『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민들로부터 손해배상을 청구당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경실련과 시민들이 국회파행의 책임을 물어 국회의원 28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 입법부의 수장인 박준규(朴浚圭) 국회의장이 28일 「반성문」같은 답변서를 재판부인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1부(김대휘·金大彙 부장판사)에 제출했다.
A4용지 10장에 달하는 장문의 답변서에서 박의장은 『국민들이 국회의 행태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의회정치의 발전과 성숙을 향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의장은 이어 『원고들의 청구는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분발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믿는다』며 완곡하게 소 취하를 요청한 뒤 끝부분에서 『현역의원중 유일한 9선의원으로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 생산적 국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진지한 반성과는 달리 의원들은 변호사가 대신 작성하거나 연명 형식의 「무성의」한 답변서를 보냈다.
한나라당은 22일 가장 먼저 단 한장짜리 답변서를 보냈다. 의원 133명이 연명한 이 답변서는 『정치적인 책임은 질 수 있지만 법적인 책임은 질 수 없다』 『원고의 청구는 소송의 실익이 없으므로 각하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재판의 성립 자체를 부정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소속의원 97명과 46명을 대신, 변호인이 답변서를 보냈다. 이들도 『경실련이 제소할 당시 우리들은 소수당이었으므로 법적인 책임은 물론, 정치적인 책임도 질 수 없다』(국민회의)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 원고들의 목적은 이미 달성됐다』(자민련)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내 빈축을 샀다.
또 무소속의원들의 답변서는 표현이나 글귀 등이 거의 같아 한 사람의 「모범답안」을 다같이 베꼈거나 비서관들끼리 모여 공동작성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한편 경실련은 재판에서 자문변호사 6명을 동원, 국회의원들이 민생법안 30여건을 지연처리함으로써 소송에 참여한 시민 1,133명이 입은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계획이다.<박천호·이상연 기자>박천호·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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