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왕 박세리가 금의환향했다. 한국의 스타 「박세리」가 세계의 스타 「세리팍(SERIPAK)」으로 변신, 어느 누구도 감히 넘보지 못할 명예와 엄청난 돈을 안고 한국에 돌아 왔다. 세리팍이 가는 곳마다 환영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세리 열풍」이 대단하다. 골프애호가들은 물론이고 골프의 「골」자도 모르는 시골아낙네들까지도 세리팍을 보고 가슴 흐뭇해 한다. 정부도 세리팍에게 훈장을 주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우리들에게 박세리는 확실히 「한국의 희망」이다. 정부는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을 정복한 그녀의 프로정신, 소위 「세리 정신」을 제2건국운동의 홍보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한국과 세계를 감동시킨 「세리 정신」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또 세리팍은 제2건국에 나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가. 세리팍은 단순한 스포츠 스타가 아니다. 평범한 시골소녀가 세계의 스타가 되기까지의 드라마를 곰곰이 살펴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세리팍은 시장(市場)의 위력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였던 박세리를 세계 스타인 세리팍으로 만든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부친인 박준철?, 후원기업인 삼성물산?,미국인 코치 리드베터? …. 아니다. 시장이다. 미국의 골프시장이 그녀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다른 어떤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 하더라도 미국 골프시장이 없었다면 세리팍이라는 이름이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은 세리팍에게 명예를 주었고 엄청난 돈을 안겼다. 불세출의 스포츠 스타를 수없이 배출했던 옛 소련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소련에는 시장이 없었다. 올림픽 등 세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스포츠 영웅들에게 소련정부는 금빛 훈장(명예)과 격려금을 주었을 뿐이다. 정부가 스타를 키운 소련은 망했고 시장이 스타를 키운 미국은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다.
눈을 경제로 돌려보자. 절대빈곤 상태의 한국이 30년여만에 선진국진입의 문턱에 다가서게 한 것도 사실은 미국시장 덕분이다. 미국의 광대한 시장이 없었더라면 수출도 불가능했고, 수출드라이브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더라면 「한강의 기적」도 어려웠을 것이다.
시장은 항상 인자하지만은 않다. 때로는 비정하기 그지 없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거나 시장원리를 배반하면 인정 사정없이 내팽개쳐 버린다. 한국경제가 지금 그 꼴을 당하고 있다. 뉴욕 월가(금융시장)에서 한국은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 한국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 정크본드(Junk Bond)로 유통되고 있다. 정크를 직역하면 쓰레기다. 정크본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외채이자를 매년 30억달러이상 더 물어야 한다. 시장이 주는 벌이 이렇게 지독하다. 한국경제를 키운 것도 시장이고 벌을 주고 있는 것도 시장이다.
세리팍은 또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만약 박세리가 서울의 부유한 집안에 태어났더라면 과연 오늘의 세리팍이 될 수 있었을까. 고액과외를 받아서라도 속칭 명문대에 입학하려고 안간힘을 썼을 것이고, 명문대에 들어가 골프선수로 활약했다고 하더라도 잘 해야 아시아 스타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 세리팍의 자질을 발굴·교육시킨 사람은 그녀의 부친이고 민간기업이다. 한국은 지금 스포츠분야에서 뿐만아니라 첨단기술 기업경영 예술 정치 등 여러 분야에서 제2, 제3의 세리팍 탄생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불행히도 이 기대는 희망사항으로 끝날 것 같다. 스타를 발굴·교육할 사회적 시스템(교육제도)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시스템에 의해 스타를 배출하지만 후진국은 개인의 역량에 의해 스타가 탄생한다. 제2,제3의 세리팍을 위해서도 교육제도가 혁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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