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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료이치’의 걱정/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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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료이치’의 걱정/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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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료이치(佐野良一)란 일본인 후배가 23일 저녁 집으로 찾아왔다. 일본에서 이름난 한국전문가라 필요하면 생각지도 않게 불쑥 나타나곤 하지만, 이번에는 김대중 대통령 방일 때부터 틀림없이 나타나리라 예상했는데 적중했다. 한국정부가 일본대중문화를 받아들이기로 한 상황에서 한국전문가, 그것도 연예와 한국음식 분야에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가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앞으로의 일정을 묻기도 전에 내일 아침 일찍 광주에 내려가야 한다고 수선을 떨었다. 광주에서 열리는 일본주간 행사의 하나인 일본인 여가수 사와 도모에(澤友惠)의 음악회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와 도모에는 시인이자 수필가였던 고 김소운(金素雲)씨의 외손녀다. 그는 일본주간 행사이기는 하지만 일본인 가수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의 공식무대에서 일본어로 노래를 불렀다.

■광주일정을 마치면 25일엔 서울에 와 재일교포 가수인 전월선(田月仙)씨의 서울대공원 음악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힌 사노씨는 『한국정부가 일본대중문화를 받아들이기로 발표한 날부터 집전화 벨이 불이나도록 울렸다』고 털어놓았다. 너도나도 일본영화를 수입하려는 한국업자들의 성급함도 문제지만 모든 대중문화시장이 다 열린듯 법석을 떠는 일본 관계자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본대중문화 개방은 일본의 참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작품부터 소개하고,이것도 서로 주고 받는 원칙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일본도 한국영화 발전에 공이 큰 「신상옥(申相玉) 영화주간」같은 행사를 마련, 한국영화를 일본에 소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일본문화 개방이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한일협력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그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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