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여성엔 아직 머나먼 法가정내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을 보호하기위해 제정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가정폭력방지법)이 시행 넉달도 채 안돼 벌써 사문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성단체와 법조계 관계자들은 『IMF관리체제이후 가장의 실직 등에 따른 갈등이 증폭되면서 가정내 폭력사례도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실제 법 집행과정에서 당국의 인식부족과 전통적인 가족주의 등으로 인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7일 「한국여성의 전화」에 따르면 7월1일 가정폭력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인 처리에 불만을 토로하는 신고전화가 하루 평균 5∼10건씩 접수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40대주부 서모씨는 『남편과 시집식구들의 위협과 폭행에 시달리다 못해 최근 경찰에 이를 신고했다』며 『그러나 시동생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집안 일이니 상관말라」고 호통치며 문을 열어주지않자 그대로 철수해 버렸다』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남편의 극심한 의처증에 시달려 온 인천의 한 주부도 폭행을 못견뎌 경찰에 전화했으나 조사를 받고 풀려난 남편이 『망신을 시켰다』며 전보다 더 심하게 학대해 결국 사회시설로 피신하는 신세가 됐다.
특히 경찰 등 사법당국의 부적절한 대응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폭행을 일삼는 남편을 선도해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가 남편이 「재물손괴죄」로 기소되는 바람에 거액의 벌금만 물게 되거나, 상습폭행남편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오히려 자신만 조사하고 치료받을 것을 권유하거나, 경찰이 『남편이 전과자가 되고 벌금액수도 많다』고 겁을 주어 고소를 못하게 하는 경우 등이다. 이밖에 ▲담당자가 없으니 다음에 연락하라 ▲고소장을 써 오라 ▲합의가 최선이니 당사자가 해결하라는 등 무책임한 조치도 여성의 전화에 「경찰처리 불만」사례로 자주 접수되고 있다.
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경찰과 검찰, 법원이 가정폭력방지법의 제정취지를 확실히 인식, 엄정히 법을 집행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가정폭력방지법 시행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1,810여건의 법위반사례가 적발돼 이중 300여명이 구속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의 특성상 법규정대로 처리할 경우 사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거나 판단이 까다로운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전국 지방청과 경찰서별로 이미 1,000여회의 교양과 현장점검을 실시한데 이어 앞으로도 월 2회이상 지속적인 교양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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