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시키는 아픔도 큽니다”/은행측 “끝까지 남아 최선을” 보직만 변경「사람 내보내는 아픔도 큽니다」
서울은행은 26일 오후 3급 이상 직원 가운데 80%의 자리를 옮기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로 본점 부장 및 지점장을 포함해 1∼3급 311명 중 245명이 자리를 옮겼다. 금융권 인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서울은행 인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보직변경이 있었다. 이한복(李罕馥) 인사부장이 서무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부장은 이번 인사의 실무작업을 총지휘한 것은 물론, 인사에 앞서 실시된 감원에서 1,100명의 직원들을 희망퇴직 형태로 내보내는 업무를 총괄했다.
자리로 본다면 은행 살림을 총괄하는 서무부장 자리도 썩 괜찮은 보직이지만 아무래도 인사부장에는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시쳇말로 「좌천(左遷)」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연이 있다. 이부장은 이번 감원작업을 마무리지으면서 『은행을 그만 두겠다』며 바로 사의를 밝혔다. 1,000명이 넘는 직원을 무더기로 내보낸 사람이 무슨 면목으로 남아있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동료 후배직원들을 떠나 보내는 일이 괴롭다는 이야기도 했다. 감원을 앞두었던 지난달 말 인사 담당임원이던 채가석(蔡佳錫) 이사도 「책임감」 때문에 은행을 그만둔 형편이었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경영진들이 마지막까지 은행에 남아 최선을 다해달라는 뜻으로 보직을 바꾸었다』며 『은행을 나가는 사람의 괴로움도 크겠지만 내보내는 사람도 아픔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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