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이 되었던 조나단 폴러드(40)는 여러가지 점에서 로버트 김(58·한국명 김채곤)을 연상시킨다. 유태계 미국시민인 폴러드는 85년 미국이 우방인 이스라엘에게 제공하지 않았던 아랍국가들의 비밀정보를 넘겨줬다는 혐의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한국계 미국시민인 로버트 김도 96년 미국이 역시 우방인 한국에게 넘겨주지 않았던 기밀문서를 한국측에 전달했다는 혐의로 9년형을 선고받았다.그러나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여기서 끝난다. 폴러드는 고국인 이스라엘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반면 로버트 김은 1년전 서울에 「구명위원회」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간첩이냐, 영웅이냐」는 논쟁의 대상일 뿐이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가 폴러드에게 보여준 애정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감옥에 갇힌 폴러드에게 시민권을 주어 그를 이스라엘 국민으로 만든 뒤 총리가 바뀔때마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사면을 끈질기게 요청해왔다. 이미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도 거절당한 바 있는데도 이번에 중동평화협상이라는 호기를 맞아 네탄야휴 총리는 다시 한번 이 문제를 꺼냈다. 그리고 클린턴으로부터 결국 석방 언질을 받아냈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는 『로버트 김은 미국시민이므로 우리가 개입할 수 없다』는 말뿐이다. 그로부터 기밀문서를 넘겨받은 주미대사관 무관을 서둘러 철수시키는 것을 끝으로 사건의 전말에 관해서도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클린턴의 언질에도 불구하고 폴러드가 풀려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형이 확정된 범죄자를 좀처럼 사면해주지 않는 법적 전통도 있지만 『배신자를 풀어줄 수 없다』는 미국내의 반대여론도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사 여부에 관계없이 우리 정부도 한번쯤은 로버트 김의 선처를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건의 책임이 있는 「김영삼 정부」가 물러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넌지시 그 얘기를 꺼낼 때도 된 것같다는 생각은 반드시 맹목적 애국주의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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