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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회담 진전과 ‘소떼’ 방북(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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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회담 진전과 ‘소떼’ 방북(社說)

입력
1998.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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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냉전의 유산, 대결과 반목만이 가득한 것으로 인식돼 온 한반도에 모처럼 긍정적인 조짐들이 일어나고 있다. 제네바에서 끝난 4자회담이 예상을 깨고 우리측의 요구대로 분과위 구성에 합의한 점이나, 또 오늘 이뤄지는 현대그룹 정주영명예회장과 두번째 「통일소 방북」이 그것이다.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적어도 극심한 대치상태 속에서 남북이 비록 실낱같지만 이런 대화의 장(場)을 마련했다는 것은 확실히 눈여겨 볼만한 사태 진전이다.25일 새벽(한국시간) 제네바에서 끝난 4자회담은 우여곡절 끝에 앞으로 실질토의를 위한 분과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이로써 이 회담이 출범 11개월 만에 일단 굴러갈 수 있는 운영의 틀은 마련한 셈이다. 우리측은 그간 기회있을 때마다 회담의 효과적 결실을 위해 분과위 구성을 요구했다. 그때마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문제 등이 우선적으로 회담의 의제가 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거부했다.

그러던 북한이 지금까지 고수해 왔던 「선(先) 의제 선정, 후(後) 분과위 구성」 방침을 철회하고 우리측의 요구에 응한 것은 작지만 확실한 태도 변화다. 물론 우리정부가 주한미군의 분과위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주효한 것 같다. 그러나 주한미군은 한미간의 쌍무적 이해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알려진 바로는 북한이 4자회담의 지속과 영변부근 지하시설의 사찰문제를 협상으로 푸는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밀 30만톤을 2∼3개월내 제공받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북한이 미국의 잉여밀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는 해도 상당한 자세 변화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북한이 굶주린 인민을 먼저 구하겠다는 실용적 자세로 전환한 점을 평가하며 앞으로도 이런 자세를 견지해 주길 바란다. 아울러 북한은 미국조야의 대북 유화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클린턴행정부를 옥죄고 있는 현실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오늘 장도에 오르는 정명예회장의 방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북한은 적극 협조해야 한다. 김정일면담은 그래서 꼭 이뤄져야 한다. 금강산개발을 김정일이 공개적으로 담보하는 것이야 말로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제고하는 일이다. 덧붙여 북한은 우리정부를 제치고 현대라는 사기업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겠다는 짧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금강산 개발도 따지고 보면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녘동포를 돕자는 우리의 선의다. 그럼에도 북한은 아직도 관광객 신변안전문제 등에 있어 우리정부를 배제하고 있다. 생사여부 만이라도 확인을 바라는 이산가족들이 금강산관광을 반대하고 있는 오늘의 애끓는 현실을 북한은 제대로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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