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언제나 미궁(迷宮)의 나라이다. 인류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백성이 배고파서는 안된다. 그러나 강성(强性)대국이 되면 더 큰 재앙이 된다. 중국이 농업국가로서는 12억의 복지가 어렵지만 지금같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지향 성장전략을 계속하면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경제와 환경에 큰 역류(逆流)를 일으킨다. 중국의 개혁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유화 세계화 시민사회로의 길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같은 황해연안 문화권의 시민으로서 중국이 좌우(左右) 선후진(先後進)을 넘어 탈냉전, 세계화, 초근대(超近代)의 새 철학이념 체제기구를 선도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숨김없는 사실이다. 영국 정도가 「제3의 길」을 내걸고, 로마법황이 「신앙과 이성」의 칙서를 내는데 영국의 몇 십배 고민을 가진, 전 세계 가톨릭인구보다 3배나 많은 중국은 어떤 새 문명의 메시지를 만들고 있는가. 그 역사, 경험, 학문, 수모, 영광을 정성껏 용해하면 무엇이 나올 법하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2세기 걸친 불행한 근대화 과정을 뛰어넘는 문명사적 고민을 하는 흔적을 중국의 중심으로부터 읽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고 슬프다. 그래서 중국 전문가들로부터 중국이 철학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역사가 길다는데서 오는 착각이고 본질은 실용(實用), 상황논리, 돈의 힘뿐이라는 말을 들을 때 동양문화 서양문화라는 구분을 다시 되씹게 된다.지난 19일부터 4일간 유네스코 후원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학협의회(AUAP)가 쿤밍(昆明)의 유난(雲南)대학 과학관에서 17개국 100여명이 모여 대학과 산업간 협력 산학협동 강화를 주제로 열렸다. 그 필요성을 기업과 정부에 호소하고 그 재정적 제도적 연구시설 측면의 개선을 주장하는 회의였다. 중국은 이미 80년대부터 모든 대학과 연구소(민간대학, 민간연구소는 없다)에 기술개발공사를 세우도록 했다. 즉 학문 지식과 과학기술 능력을 상업화하여 수익을 올리라는 것으로 산학협동의 경험은 아마 후진국 중에서 가장 앞장선 셈이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측 발표에서 특기할 것은 ①앞으로 산업기반 경제에서 지식 정보기반 경제로 이행해야 된다는 강한 인식의 공유와 ②실제 부가가치는 믿기 힘드나 발표한 대학마다 생약, 화학 약품을 중심으로 제품시장화에 성공하고 있으며 ③바오샨 제철소의 연구인력 양성 실적과 계획, 그리고 전국의 대학연구소들을 상대로 벤처자본 역할을 하는 제지앙성(淅江省) 정부투자기관인 한지아후기술개발공사의 성공사례는 대단히 인상적인 것이었다. 중국정부의 방침이나 개별대학의 생존이라는 실용적 차원에서 무서운 속도로 산학협동 대학, 기술연구능력의 상업화, 대학의 연구개발 주식회사화가 진행되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 선·후진국의 경험에서 한나라의 모든 대학이 이렇게 맹렬한 속도와 폭으로 기술중심의 상업화를 시도한 예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대학총장들은 예외없이 이공계출신이다.
중국은 확실히 변하고 있다. 대학의 상업화 변신. 인권선언 50주년을 기념하는 유엔인권 심포지엄을 미국등 중국 인권문제를 제기한 국가들을 불러다 베이징에서 여는 변신. 환경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는 변신등. 쿤밍의 5일동안 주최자가 보여준 문화는 4,000만 유난성 인구중 200만에 불과한 25개 소수민족예술의 일부였다. 그래서 나는 중국친구들에게 「중국문화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농담했다. 한국의 경험을 보더라도 실용적 경제기술 제일주의에 머물면 결과는 반드시 불행을 부른다. 세계화 시대, 문명사적 전환의 고통이 진행되고 있는데 중국이 이 인류공동체의 삶의 가치, 국가의 비전, 지속성장의 제도화등 새 문명을 창조하는 고민과 깊이가 없는 한 중국은 「문명대국」이 아니라 「문제의 대국」으로 남을 것이다.<중국 쿤밍에서>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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