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를 얼마나 안다고』 『당신이 표절하는 걸 봤어』….가수 서태지나 H.O.T, 젝스키스처럼 10, 20대에게 인기있는 가수의 기사를 쓴 다음 날은 피곤하다. 인기가수나 그룹의 음반리뷰나 표절시비등을 다루고 나면 전체 맥락과는 상관없이 기사 중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잡아 바로 항의 전화나 팩스가 폭주한다. 혹 H.O.T를 수식하는 말로 「최고 인기그룹」이라고 쓰면 당장 『젝스키스를 놔두고 무슨 말이냐』는 항의전화가 걸려온다. 조목조목 수긍이 가게 주장을 펴는 경우도 있지만 앳된 목소리의 상대방이 「당신…」이라고 전화를 시작하면 화가 치민다.
한때 연예인은 「딴따라」라고 불렸고, 그들의 팬들은 정신없는 아이들로 취급됐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일본의 「아이돌(우상)스타」문화가 우리나라에 상륙하면서 「아이돌문화」가 바로 어른들의 생계 수단이 된 것도 한 이유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아이돌문화」의 미덕을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된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클래식문화가 미처 담아내지 못한 격동하는 사회분위기를, 그리고 젊은이들의 생각을 우리 가요나 영화는 빠르고, 쉽고, 세련되게 표현했다. 열광적인 팬이 있었기에 가요나 영화가 더 많이 커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무시무시한 「세력」으로 성장한 아이돌의 팬들은 권력의 속성인 이데올로기 전파에 나서고 있다. 「그들은 언제나 옳고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신승훈 김건모의 세금포탈에도 「왜 오빠만…」, H.O.T의 표절시비를 거론하면 「당신이 뭘 알아…」하는 식이다. 이런 맹목을 보노라면 차라리 『공연히 새삼스럽게…』하는 가요제작자나 매니저들의 말을 녹음이라도 해서 들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맹목적」인 그들, 팬들의 태도는 「딴따라」라며 막무가내로 젊은이와 그들의 문화를 백안시하던 기성세대를 그대로 닮아가는 모습이다. 젊은「구태(舊態)」는 나이든 이들의 그것보다 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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