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파악안돼 “알아보겠다” 얼버무리기/초반 강하게 나가다 뒤늦게 ‘항복型’까지/“쓸데없는 질문땐 박살내겠다” 호언型도「국민의 정부」 각료들의 국감답변실력은 몇점이나 될까. 소신국감을 강조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특별지도」때문인지 국감에 임하는 장관들의 태도가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당당해 지기는 했으나, 면피성·눈치보기식 구태가 여전히 불식되지 않고 있다는 게 국감초반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중평이다.
일부 장관의 경우 의원들의 호통과 추궁에 이리저리 쫓기다 답변을 번복하는가 하면, 민감한 사안은 무조건 실무진에게 떠넘기는 등 업무파악조차 제대로 안돼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규성(李揆成) 재경장관은 「교과서 답변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실무진이 작성한 자료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판에 박힌 답변으로 의원들을 지레 질리게 했다. 특히 야당의원들로부터 『21세기를 앞둔 경제정책 총수로서 부적합한 인물』이란 집중비난을 들었다.
배순훈(裵洵勳) 정보통신장관은 업무파악과 부서장악력 면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좀더 알아보겠다』 『다음에 답변하겠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궁지를 모면했다. 또 야당의원들의 감청관련 자료요청에 『수사기밀사항이고 정통부에서 갖고 있지도 않다』고 버티다가 의원들이 자료소재를 확인하자 『상임위에서 결의해 요구하면 제출하겠다』고 번복, 빈축을 샀다.
강인덕(康仁德) 통일부장관은 경험부족과 비관료 출신 특유의 「순진함」때문에 적잖이 애를 먹고 있는 케이스. 강장관은 총풍사건 관련자 귀국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10분만에 손을 들어버리고 제출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해찬(李海瓚) 교육부장관은 『역시 이해찬』이란 소리를 들었다. 국감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쓸데없는 질문을 하면 (의원들을) 박살내겠다』고 호언했을 정도로 괄괄한 성격인 이장관은 실무진들이 『그러다 사고난다』고 말려 그런대로 성질을 눌렀으나, 본질을 벗어난 질문이 나오면 조소하듯 응시하는 등 공세형 답변태도로 일관했다.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장관은 급한 성정에다 말투가 어눌해 순발력 있게 궁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가 잦기는 하나, 코너에 몰리더라도 고집으로 밀어붙여 빠져나오는 뚝심이 돋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모임(金慕妊) 보건복지장관은 의약품 납품비리 등과 관련한 업무파악이 제대로 안돼 몇차례 우왕좌왕했으나, 침착한 답변 태도로 대체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는 평이다. 정해주 국무조정실장은 쓸데없이 말을 끌다 『왠 군더더기가 그렇게 많으냐』는 지적을 여러차례 받았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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