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2030년까지 금강산지역 개발권을 독점하는 조건으로 2004년까지 향후 6년간 9억4,200만달러를 매달 일정액씩 지불키로 북측과 사실상 협상이 끝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현대는 오는 27일 정주영 명예회장의 방북길에 북측과 이에 대한 매듭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부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나돌았던 이면계약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2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이 이같은 사실을 추궁할 때까지도 강인덕 통일부장관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뗐다. 정말 강장관이 몰라서 부인했는지, 알면서도 비밀협상의 파장을 우려해 모르는 척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부의 신뢰도에 먹칠한 것은 확실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밤 늦게 마지못해 이 사실을 시인하면서 아무리 현대가 북측과 합의해도 사업승인을 받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의 승인 없이는 대북사업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사안이 미묘하기 이를데 없는 대북사업은 정부가 시작단계에서부터 꼼꼼히 챙겨야 한다. 사업승인단계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우리는 그간 기회있을 때마다 정부가 금강산관광사업을 협상단계에서부터 차근차근 챙기고, 현대도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당부해 왔다. 이 사업이 북한을 개방의 길로 이끄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성사를 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나 현대는 이같은 요구를 사실상 외면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협상전술에 말려들어 많은 것을 양보하게 됐고, 9월25일에 출항한다는 목표에 무리하게 맞추려다 입산료 산정등에서 큰 손해를 봤다. 무엇보다 중요한 관광객 신변안전문제만 해도 그렇다. 북한 사회안전성의 보장약속은 어디까지나 현대라는 사업주체에 한 약속에 불과하다. 이 문제만큼은 당국간 합의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금 일각에서는 금강산관광 수입의 군사비전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많은 실향민들은 헤어진 가족의 생사만이라도 알기를 바라며 북측이 금강산에 최소한 가족상봉 장소라도 마련해 주기를 갈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측의 자세가 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정부나 현대도 국민적 합의가 요구되는 이 사업을 비공개적 방식으로 추진하려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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