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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면 저질문화 막아요”/영파여중 방송반 다큐물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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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면 저질문화 막아요”/영파여중 방송반 다큐물 제작

입력
1998.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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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중문화 玉石 가리기 10代 파이팅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의 한 카페. 대형 화면에 일본의 비주얼록(visual rock)그룹 「X­Japan」이 등장하자 실내를 메운 10대들로부터 찢어지는 듯한 함성이 터져나온다. 16㎜ 비디오 카메라를 든 앳된 소녀들이 구슬같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이들의 표정과 몸짓을 테이프에 담는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영파여중 방송반(YBS) 학생들이다.

이들은 요즘 다큐멘터리 「일본문화개방에 따른 청소년들의 인식」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사회 곳곳에 침투한 일본문화의 실태를 청소년들의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아름답고 예쁜 그림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애초부터 없었다. 서툴러도 자신들이 찾아낸 「진짜」 대안을 기성사회에 제시하겠다는 것이 작품의 제작목표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영파여중 방송반은 이미 중고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제작팀」이다. 지난해 3월 교내 언어폭력문제를 다룬 영화 「Shut up !!」으로 97부산단편영화제에서 당당히 작품상을 받았다. 얼마전에는 예술극장 「활인」에서 열린 「고딩영화제」에서 중학교 문제아들의 실태를 동급생의 시각에서 바라본 드라마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를 발표, 찬사를 받았다.

일본 문화개방을 새 작품의 주제로 잡은 이들은 최근 한달여동안 대학로의 라이브 카페와 애니메이션 상영관, 이화여대앞 캐릭터가게, 동네 만화대여방 등을 샅샅이 훑었다. 『친구들사이에 일본만화 안본 애가 없어요. 일본만화를 원어로 보겠다고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아요』

연출을 맡은 김재희(金在姬·14·2년)양은 『일본대중문화는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든 자극적 문화』라며 『이미 PC통신, 팬클럽 등을 통해 청소년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일본문화를 현실로 인정해야 진정한 대응책 마련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결국 이들이 광범위한 현장취재 끝에 내린 결론은 제대로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해야 이길 수 있다는 것. 리포터 박지혜(朴智惠·14·2년)양은 『우리 대중문화의 뛰어난 부분을 제대로 알려주는 한편, 두 문화를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대응책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같은 결론이 담긴 이 다큐멘터리물을 다음달 13일 교내영화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8년째 방송반을 지도하고 있는 「참교육 영상집단」대표 김종현(金鍾玄·35) 교사는 『일본문화개방에 대해 무작정 걱정할 것이 아니라 수용자인 청소년들이 균형잡힌 잣대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손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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