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보험감독원이 내년 1월 통합을 앞두고 볼썽사나운 진흙탕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직급체계 조정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다툼이다. 근속연수에 비해 직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감독원의 노조는 『금융감독위원회가 마련중인 직급조정안은 근속연수 비중이 낮아 은감원에 불리하다』며 철야농성중이다. 증감원과 보감원의 노조는 이에 대해 『금감위 직급조정안이 근속연수만 감안해 은감원에 편파적으로 유리하게 됐다』고 맞서고 있다.노조간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들 노조는 금감위의 용역을 받아 통합방안을 마련중인 미국 매킨지사에 대한 온갖 비판을 서슴지 않더니 급기야 두달후면 한 가족이 될 상대방을 헐뜯기 시작했다. 보감원이 은감원에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집단인지 의심케…』라고 하더니, 은감원은 증·보감원에 『정상배(政商輩)…』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금감원 설립위원회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중이어서 아직 확정된 안이 없는데도 서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아우성』이라며 『감독대상인 금융기관들의 비웃음과 우려에 낯뜨겁다』고 털어놨다.
금융계 관계자는 『경제위기의 원인을 따져보면 금융감독을 소홀히해 금융부실을 막지못한 감독기구의 책임도 크다』며 『퇴출은행 가족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는 상황에서 공공연히 내부 이익다툼을 벌이는 것은 뻔뻔스런 일』이라고 분개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합금융감독원은 경제위기를 신속히 헤쳐나가기 위한 지휘부대나 다름없는데 전쟁중에 지휘부대 식당에서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위는 다음주중 조직통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위는 「6·25」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아 싸우고 있는 작전지휘본부이다. 금감위는 합병은행들에게 요구했던 것 이상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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