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과외 해소는 좋지만 “공부 안해도 된다”는 엉뚱한 부작용 낳을까 우려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200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선안이 발표되었다. 잘못된 교육열을 올바른 방향으로 잡아가려는 데에 대한 환영과, 교육의 질 저하와 치맛바람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우리의 교육열은 자타가 인정한다. 필자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50여년전의 일을 회상한다. 아버지의 가장 무서운 벌은 『저 놈 학교 가지 못하게 책가방 빼앗아라』이었고, 그러면 아버지가 주무시는 동안 책가방 챙겨서, 아침도 안 먹어 학교로 가야했던 것이 우리에게 박혀있는 고정관념이었다. IMF시대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괄목할 성장에는 이러한 교육열이 큰 몫을 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교육열이 「과외망국」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변질되었고, 사교육비 절감이 국가적으로 해결할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교육열을 옳은 방향으로 잡아가려는 것이 이번 교육부 개선안이다. 개선안의 요점은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고, 개인의 자질과 특성을 살려주는 다양한 입학제도의 개발로 볼 수 있다.
개선안의 의도는 훌륭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오른쪽 도표에는 고등학교 세 곳의 작년도 수능시험의 실제 점수 분포가 나와있다. 이렇게 학교별 차이가 극심한 것이 현실이다. 수능시험의 대상이 A고등학교 학생이었다면 이 시험의 출제는 아주 잘 된 것이다. 그러나 C고등학교가 대상이라면 이 학생들에게는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하기에는 너무 쉬운 시험이 되어 버린 셈이다. 또 이같은 편차를 해결하기 위해 안이한 해결 방법으로 모든 학교를 B고등학교의 수준으로 통합한다면 국력의 커다란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고등학교를 차별화하여 영재를 키우고, 자유경쟁에 의하여 능력에 따라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현시키는 것이 교육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의 지름길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결방법은 대학별로 그 대학의 특성화, 차별화 정책에 맞는 본고사를 개발 실시하는 것이지만 교육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을 확정시켰다. 큰 이유는 역시 과열 과외이다. 그러나 과열과외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다. 사교육비 절감은 족집게 과외가 쓸모없음을 이해시키고, 올바르게 벌어 올바르게 쓰는 사회풍조를 조성하는 등 사회적으로 해결해야지, 교육 자체의 목적과 지향점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풀어서는 안된다.
이제 다양한 입학제도에 의해 뭐든 하나만 잘하면 대입길이 넓혀져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유의해야 할 측면이 있다. 빌 게이츠나 박세리를 배출시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벌써 우리나라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공부의 양이 필요이상으로 줄고 있다고 한다. 요즘 미국의 학교들이 매일 매일 숙제를 내주고 시험을 보아 점수를 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공부를 안하고 어떻게 특기나 창의력이 생길 수 있는가.
새 입시제도들이 합리성, 타당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어떻게 객관성, 공정성, 신뢰성을 확보하느냐는 숙제를 안고 있다. 많은 대학이 채택하기로 결정한 고교장 추천제의 경우, 선발의 기준인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그러한 평가방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몇 백만원씩 주어서 다른 사람이 작성해 준 자기소개서일 수도 있다.
교육정책의 시행착오는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 입시지옥의 해방이 만의 하나 교육열을 감소시켜 공부를 덜 하거나 수준 낮은 교육으로 퇴보해서는 안된다. 교육정책은 백년대계이니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거치면서 차근 차근 결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번 개선안이 교사 학부모 산업계 등 사회 전체의 협력을 얻어 성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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