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떼 2차 북송의 전제조건(社說)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떼 2차 북송의 전제조건(社說)

입력
1998.10.23 00:00
0 0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이 오는 27일께 2차지원분인 소 501마리를 이끌고 다시 방북할 것이라고 한다. 남북은 그동안 1차지원분 500마리중 폐사한 70여마리의 사인(死因)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북한은 폐사한 소의 내장에서 다량의 삼밧줄과 비닐등이 발견됐다면서 이는 남한측이 북송전에 고의로 이물질을 먹여 폐사토록 한 것이라고 주장한바 있다.이런 주장에 대해 정부와 현대가 조사를 벌인 결과 간척지 어민들이 사용했던 「포자부착용 양식 삼밧줄」을 서산농장 소들이 장기간 섭취했을 가능성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대측은 이물질의 섭취가 폐사의 직접 원인일 수는 없으며, 장기간 수송에 따른 수송열(Shipping Fever)이 직접적인 사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공동조사를 제의한바 있다.

우리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남북간에 오랫동안 축적된 불신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경제난으로 허덕이는 동포들을 돕자는 인도적인 지원마저도 의심하는 북한당국의 태도에 우선 경악하게 된다. 그러면서 정부나 현대도 남북문제처럼 예민한 사안에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산농장은 갯벌을 메워 만든 간척지이고, 어민들이 갯벌에서 다량의 삼밧줄을 포자부착용으로 사용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삼밧줄 섭취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북측에 전달했어야 한다.

그러나 소를 보내는 일에만 들떠서 이런 주의를 등한히 함으로써 북한이 엉뚱한 의심과 트집을 잡게 했고, 결과적으로 온국민이 성원을 보냈던 「통일소」사업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역시 북한은 못믿을 집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리내부엔 더이상 소를 보내서는 안된다는 강경론이 우세해지고 있다. 동포애적인 지원에 고마워하기는 커녕 무조건 남한을 의심하고 비난하는 북한에대해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의 예측불가능성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남북접촉에서 일차적인 상식이다. 우리는 그간 남북경협사업은 신중하게, 또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바 있다. 이유는 선의의 손길이 이처럼 엉뚱한 시비로 번져 역효과를 낼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현대의 소 북송을 다시 허가키로 한 결정을 이해한다. 북한이 현대측 설명에 양해의 뜻을 표했다고 하니 소모적 논쟁을 매듭짓는 편이 나을 것이다. 햇볕론의 첫 가시적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이 이 문제로 해서 더이상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예측불허한 행동에 철저한 대비를 잊어서는 안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