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용 新정책없이 일부선 되레 냉소적 시각/지푸라기라도 잡을 상황/위력 작아도 절호의 기회「쌍둥이 3저」(신3저)가 왔지만 새로운 정책은 없다. 국제적으로 저금리 저유가 달러약세(엔고)에 국내 금리·지가·임금하락까지 겹친 모처럼의 호기가 찾아왔지만 경제활성화의 책임을 진 정부당국의 대응은 달라진 게 없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신3저는 일시적 현상」 「수출증대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란 식의 냉소론까지 팽배하고 있어 정부가 위기탈출의 기회를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신3저현상을 경제활성화의 전기로 철저히 활용하라고 지시했지만 일선 관료들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22일 경제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이번 신3저는 그 폭과 위력이 80년대 중반의 구3저에는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한국의 경제여건상 불황터널을 빠져나가는데는 상당한 추진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달러당 120.99엔에서 현재 116엔대까지 떨어진 엔고는 구3저(85년 238.54엔→86년 168.52엔)보다 폭이 작다. 유가와 국제금리도 구3저에는 각각 배럴당 28.23달러에서 15.06달러, 연 8.39%에서 6.81%로 크게 하락한 반면 이번에 유가는 20.52달러에서 13.48달러, 국제금리도 5.74%에서 5.19%로 상대적 소폭하락이다. 일본경제의 불황속에서 엔고의 지속성여부나, 불황진입기에 단행된 금리인하의 경기부양효과도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경제상황 역시 지금같은 「구조적 불황」국면엔 3저가 도래했다해도 바로 수출회복→투자·소비진작→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때문에 정부일각에선 쌍둥이 3저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재정경제부는 『이번 엔고는 수출증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한국은행도 『엔화강세가 지속될지 불확실하며 수출용원자재의 수입단가가 상승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시각이다. 일부에선 『쌍둥이 3저가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해악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가 크든 작든 쌍둥이 3저는 사면초가에 놓인,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한국경제로선 결코 놓칠수 없는 기회다.
정해왕(丁海旺) 금융연구원장은 『어떤 의미로든 신3저는 호재이며 경기를 조기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유장희(柳莊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도 『신3저를 과대평가할 이유는 없지만 한국경제로선 긍정적 현상』이라며 『경기부양, 특히 확고한 수출지원대책이 필요하며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은 양립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80년대 3저는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처럼 과도한 임금인상요구와 인플레, 고금리, 지가폭등으로 연결, 「거품」만 양산했지만 이번 3저는 금리 임금 지가 등 요소비용하락을 동반한 「쌍둥이 3저」이자 경제구조조정과 병행된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효과가 클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한 채 움직이질 않고 있다. 찾아온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지 말고 수출촉진과 대출금리인하, 규제철폐등 현장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쌍둥이 3저를 경제활성화의 묘약으로 활용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정부당국의 역량에 달려 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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